윈윈하는 슬기로운 사회언어
나는 한때 “미안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누군가 문을 잡아주면 “아, 미안해요.” 호의를 베푼 이에게 “미안해서 어쩌죠.” 심지어 내 잘못이 아닐 때도 나는 습관처럼 사과했다. 미안함은 내 안에 쌓인 작은 돌멩이 같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라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같은 상황에서 “고마워요”라고 바꿔 말하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다. 문을 잡아준 사람에게 “고마워요.” 호의를 베푼 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 보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미안함이 아니라 감사함을 표현했을 뿐인데, 나도, 듣는 사람도 더 따뜻해졌다.
미안함은 때때로 관계를 위축시키지만, 감사함은 관계를 확장시킨다.
“미안해”에는 나의 조심스러움이 담기지만,
“고마워”에는 상대의 선의가 담긴다.
내가 사과할 때 상대는 “괜찮아”라고 말해야 하지만, 내가 감사할 때 상대는 그저 미소 지으면 된다. 같은 마음을 나누는 방식이 다를 뿐인데, 그 작은 차이가 사람 사이의 거리를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나는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하며 일상을 보낸다. 작은 호의에도, 사소한 순간에도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세상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적어도 내 말 한마디는 바꿀 수 있으니까.
고마움을 전하다 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더 고마운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