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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Oct 22. 2017

내일 당장 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과 함께

끌림, 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 내옆에있는사람  

여행을 간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낯선 땅과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공기.
이 모든 것들은 내 감정마저 낯설게 만든다.

그런 설렘 가득한 여행을 앞둔 당신.
아마 캐리어에 책 한 권쯤 넣어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 당신은 어떤 작가와 함께 떠나 보겠는가?

만약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시인 '이병률'이다.


이병률은 현재 총 세 편의 공식적인 여행산문집(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집필하였고, 놀랍게도 세 편 모두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그럴까. 이병률은 시인이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여행작가로서 더 친근한 모습이다. 왜 그의 책이 유독 잘 팔리는 걸까. 그의 책은 다시 읽어야 하는 불편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뭐랄까. 쉽게 쓴 것 같지만 쉽게 읽지 못하게 만든다 랄까. 때론 글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때론 글의 여운에 벗어나지 못해. 때론 그의 표현력에 감동하여.. 등등.. 복합적인 이유로 다른 산문집과는 달리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가끔 사진 하나하나에도 왠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사진을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시인이기에, 시인의 책이기에, 더 깊게 책을 읽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혼자 떠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느림여행"을 할 수 있어서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건 재밌고 기쁜 일이지만 늘 바쁜 여행이어야만 했다. 다녀와도 더 피곤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어쩌면 이병률의 책들은 나와 같은 나 홀로 여행족들에게 더 적합한 책일지도 모른다. 그의 책 또한 그가 혼자 여행하면서 남긴 기록들이 대부분이기에, 여행지에서 이 책을 펼칠 때면 어딘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이병률 시인이 말한 것처럼, 혼자 하는 여행은 뭐랄까.. 진정한 나를 위한 여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혼자만의 여행은 순례와 같아서 나와의 한가로운 대화를 가질 시간을 준다. 여행지 속의 랜드마크를 찾아다님이 아닌 여행지 속에서 나를 찾는 그런 느낌. 



이병률 여행산문집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그의 모든 책에서는 늘 사랑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의 시각으로 비친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그의 착각일 수도,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두근대는 여행지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내 마음을 매료시켰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 마냥.

그는 얘기한다. 여행과 사랑은 하고 나면 다음에 더 잘 하고 싶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여행을 왜 할까. 즐겁기 위해서다. 멋진 건물, 멋진 바다, 멋진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다. 사랑을 왜 할까. 역시 즐겁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다. 멋진 사람과 멋진 하루를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과 사랑의 공통점은 이렇듯 누군가와 혹은 내가 즐겁기 위해서, 하루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때론 힘들고 예상치 못한 고난을 겪지만, 지나고나면 그 고난마저 행복으로 비치는. 그런 것이 사랑과 여행인 듯하다.

여행과 사랑은 또 익숙해지면 별 감흥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아무리 멋진 곳 일지라도 자주 가 본 곳이라면 처음의 느낀 그 설렘은 익숙함으로 변하고 다른 멋진 곳을 가보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한 곳에서 오래 머물 때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잘 모른다. 한 곳에서 24시간을 머물면 그곳의 새벽. 낮. 밤의 모습 모두를 볼 수 있고, 시시각각 변화되는 냄새 역시 맡을 수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 사람과 오래 같이 있을수록, 사랑 할수록, 그 사람의 여러면을 볼 수 있으니까.

이병률이 말한다. '사랑은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함을 못 견뎌 변했다고 믿으려는 것'이라고



페이지 표기가 되어있지 않은 독특한 책. 그의 책은 한결같이 쪽 번호가 없다. 그래서 표시를 해두지 않으면 가끔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심지어 목차도 없다.) 그의 인생 테마는 낯섬이다. 늘 여행이라는 낯섬을 즐기는 그. 그래서 그는 이 책에도 그 낯섬을 추가시킨지도 모른다. 완벽히 낯설어질 때 우린 두려움을 느끼지만, 때론 그 낯섬에 설렘을 느끼기도 하니까.

난 이런 여행산문집을 읽고 나면, 방 한구석에 앉아 있는 캐리어를 괜히 한번 쓰다듬는다. 그리고 여권을 찾아 그 위에 쌓인 작은 먼지들을 한 번 털어낸다. 그리고 달력을 힐끗 쳐다본다. 애석하게 가능한 날짜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시간은 만들면 또 생길 테니까. 시간이 만들어지는 그때쯤엔 아마 그의 신작이 내 손에 쥐어져 있겠지. 그렇게 어깨 위에 매달려있는 무거운 스트레스들을 방 안에 던져놓고, 겉은 무겁지만 속은 가벼운 배낭 하나를 올려메겠지.

그리고 떠나겠지. 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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