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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웃음이 필요한 당신에게

by 천성호

“똥이 안나온다. 나는 이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 블랙코미디 <변비>중에서.

첫 문장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려버린 나는 내 양옆에 앉은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맞이해야 했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웃음은 멈추질 않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유병재의 첫 책이자, 어쩌면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 ‘블랙코미디(유병재 농담집)’는 울어야 할 내용에 웃음을 짓게 만드는 마법이 존재했다. 아마 다른 이의 글이었다면 이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웃음 코드는 글을 쓴 작가가, 다름 아닌 유병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은 초지일관 짤막한 글이 나열된다. 사실 나는 텍스트의 수가 작은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짧은 글들은 대개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와 요점만을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요점만을 말하기에 재밌었던 책이 아닐까 싶다. 하상욱 작가의 책처럼 짧은 글이지만 한 번쯤 되돌아보고 되짚어보게 하는 매력이 존재했다.

책의 장르는 웃픈 코미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웃기지만 한편으론 슬픈 이야기가 계속된다. 책 본문 사이에는 욕(비속어) 문장이 다소 등장했는데, 이 책에 있어 ‘욕’은 필요악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욕은 분명 나쁜 언어지만 한편으론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여 시원하게 질러주는 역할을 해내었으니 말이다.

분명 이번 책은 어떠한 큰 영감이나, 깨달음을 주는 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에도 마치 티비를 보듯 다양한 장르를 즐겨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늘 다큐멘터리 같은 책, 시사 책만 보면 재미없지 않은가. 가끔 드라마 같은 책도, 코미디 같은 책도 읽어줘야 책 읽기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는 요즘 지쳐있던 내 삶에 단비를 내려준 책이었다.

잠시 쉬어가시라, 비록 좋은 글이 될지는 모르지만 여기 내 몸부림을 한껏 담았으니..
작가 유병재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 블랙코미디 <프로레슬링과 뮤지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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