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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Jan 21. 2018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생선 작가 여행산문집

                         

마흔이 된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서른 언저리에 다녀온 그의 여행이야기. 책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현재 서른이 된 이야기를 책으로 엮던 나였기에, 이 책은 더 반갑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마흔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종종 가져보았기 때문이다.

김동영 작가는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작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스스로가 여행작가가 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서른에 낸 책이 호응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이후로 사람들에게 여행작가로 불리며 몇 권을 책을 펴내게 되었다.

이제는 여행을 다니는 게 힘들고 지친다며 불평하는 작가이지만, 여행을 향한 그의 애정과 철학은 그가 얼마나 여행에 적합한 사람인 지를 증명해주었다. 더욱이 나는 아직 작가는 여행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본다. 그의 여행 수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니.

나는 작가의 여행 의도도 마음에 들었다. ‘별다른 목적은 없다. 그저 가는 거다. 그뿐이다.’ 그는 세 문장으로 여행의 목적과 의도를 정리했다. 덧붙여 심심한 것조차 여행의 일부라는 작가의 말에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이 없기에 오히려 그 속에서 많은 걸 찾게 되는 여행. 나 역시 그런 여행을 좋아하고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여행 산문집을 찾아 읽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책 본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아랫글은 책 본문에 언급된 내용이다.

“그들의 경험과 인생에서 나온 여행의 정의였지만, 나는 그들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낯선 길 위에서는 그들이 나였고 내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찾아 헤매는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ㅡ책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본문中

우린 모두 여행에서 어떤 무언가를 해소하려 한다. 익숙함으로부터의 짧은작별을 통해 감정을 추스르고, 낯선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얻어 간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린 여행의 정의는 곧 나의 정의이자, 우리의 정의가 된다.

자신의 계절은 겨울이라 말하는 작가, 그런데 알고 보면 작가와 같이 꽁꽁 마음을 싸맨 이들이 세상엔 많다. 나 역시도 한없이 춥고 싸늘한 겨울이 될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그 추운 겨울의 마음들은 서로가 서로를 만났을 때 비로소 따뜻한 눈이 되어 녹는다. 그게 하나의 여행지가 되었든, 한 권의 책 위가 되었든 말이다. 이번엔 후자의 경우로 마음을 녹인듯하다.

“여행이 매 순간 우리에게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건 불가능하다. 여행도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중략)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낯선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야말로 저마다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는 걸.” ㅡ책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본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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