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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Mar 31. 2018

다시 제자리, 그러나 다시 도약

이상과 현실의 교집합을 찾아서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며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영감, 재능, 끈기, 사색, 열정 등이 순서대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건 돈이었습니다.

새해가 되면서 압박이 더 심하게 찾아온 것 같습니다. 작가는 힘든만큼 좋은 글이 탄생한다고들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압박은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온전한 내 글을 써보이겠다며 1인 출판을 선택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글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을까, 몇 권을 팔아야 안정권에 들어올 수 있을까, 너무 상업성이 없는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잦아지곤 했습니다.

얼마 전, 초고의 완성을 앞둔 원고를 크게 한번 수정했습니다. 공감되지 않을 얘기로 치부해 임시로 묶어두었던 글을 다시 원고에 넣고, 많은 호응을 얻을 것 같다 생각한 글을 지웠습니다. 스스로의 얘기가 많이 담긴 산문집이기에 보다 진정성 있는 글이 실릴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원고를 살펴보고 검토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최근 일입니다. 전 직장으로부터 재입사 요청이 있었고, 고민 끝에 재입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직원을 배려할 줄 아는 회사이기에 회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다만 두 가지 일에 모두 집중을 할 수 있을까를 자문하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그럼 이제 글을 안 쓰는 것이냐며 물어왔습니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똑같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글을 포기하며 회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글을 계속 쓰기 위해 회사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죠.

답변대로 저는 앞으로도 회사를 다니며 계속 글을 쓸 계획이며 작가활동 역시 변함없이 이어갈 것입니다. 저의 소박한 목표가 하나 있는데요. 그건 매년 여름마다 책을 한 권 출간하는 겁니다. 될 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우선 최선은 다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유튜브 별책기행 역시 종결까지 꾸준히 주말을 이용해 촬영할 생각입니다.

어쩌면 주경야독의 삶이겠죠. 낮엔 일을 하고 밤엔 글을 쓰고 (밤에도 사실 일이라면 일이겠지만, 글쓰는 행복을 일로 치부하긴 싫네요), 독서는 오고가는 출퇴근 길에, 주말은 서울을 오가며 책을 보고 소개하는 시간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유가 생길때마다 틈틈이 짧은 배낭여행을 다녀오려 해요. 세 번째 책은 소소한 여행 산문집을 한 권 써볼까 하거든요.

원했던 길의 방향으로만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건 정말이지 저의 오랜 꿈이자 바람입니다. 그러나 궤도에 오르기까진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식량(돈)은 필수불가결인 듯 합니다.

베스트셀러 '편의점 인간'을 집필한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책을 내고도 줄곧 편의점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사인회를 해당 편의점에서 열었을 정도로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죠. 꿈이라는 게 꼭 양손으로 부둥켜 잡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때론 한 손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 머물게 되더라도, 남은 한 손으로 열심히 꿈을 쥐고 달려가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현재 어떠한가요. 모르긴 몰라도 거센 현실에 지독하게 방해받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이 번번이 무섭게 겁을 줄 것이고, 때론 달콤한 말로 유혹도 할 겁니다. 그러나 패배를 선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밀려올 땐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승리할 것이라 믿습니다. 현실이라는 지독한 경쟁자로부터 말이죠.

근황을 적다보니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었네요. 항상 따뜻한 관심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저 역시 한 분 한 분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한결같은 글 쓰도록 할게요. 3월엔 모두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길.

#리딩소년 #작가 #천성호 #1인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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