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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수 Feb 23. 2023

그림같은 사진으로 세상의 순간을 포착하다.

전시읽기: 사진전 Franco Fontana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의 작업은 발견에서 시작했다. 남들의 시선에는 스쳐지나갈 사물이었지만, 그에게는 의미있는 피사체였다. 작가는 평범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생성시킨다. 오래된 건물이었고, 협소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답답한 풍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건물마다 지닌 벽의 모양과 색상에 집중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시선으로 사물을 포착한 것이다. 처음 그의 사진을 보았을 때,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색감과 배합에서 특징이 있는 화가로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사진이란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되었다. 그의 사진이 그림처럼 연상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프레임 안을 채우는 공간 구성 방식이었다. 분할된 공간별 색상과 모양 등은 추상화가의 작품처럼 보인다. 랜드스케이프 연작들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연상한 화가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였다. 그의 작품을 오마주 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구도가 닮았다.


둘째는 사물을 드러내는 빛의 실험이었다. 이 과정은 흡사 인상주의 화가들의 시도와 유사했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서 루앙 대성당의 빛깔을 다르게 표현했던 끌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연작들과 흡사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물에는 고정관념처럼 굳어 있는 색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햇빛을 받으면 그 고정성은 아무렇지 않게도 파괴되었다. 그의 사진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실험이 사실임을 드러냈다.


셋째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표현이었다. 거친 붓터치같은 풀밭, 차갑고 때묻지 않은 빙산, 따뜻하고 고운 모래의 사막까지, 피사체가 지닌 성질마저 사진에 담아내고자 했다. 유화로 덧칠한 듯한 느낌과 세밀한 붓으로 촘촘히 찍어 그린듯한 점묘적 표현을 통해서, 피사체가 지닌 본질과 본성을 재현하였다.


넷째는 주제였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명으로 이어졌다. 자연에서 발견했던 화가적 시선과 순간의 포착은 문명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심에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 자연에서 파악했던 형체와 색상의 조화를 발견하여 포착했다. 여러 층으로 쌓여있는 담벼락에서 자연스러운 형체와 각도로 구분된 색상의 공간을 그림처럼 프레임에 담았다.


프랑코 폰타나는 사진 작가임에 분명하지만, 사진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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