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범죄도시 2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배우 손석구가 악역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이슈가 된 영화였다. 그는 영화에서 인간적인 애착이나 연민 따위는 전혀 없는 무감정의 인물, 강해상으로 등장했다. 그는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그 과정이 관객에게는 지나치게 잔인하고 무자비했다. 또한 해외에서 만나면 반가울 수 있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이용해서 살해하고 돈을 갈취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감정적으로는 죽이고 싶을 만큼 잔혹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국 경찰의 인과응보적 액션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찰, 마석도의 역할을 맡았던 마동석이 기본적으로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거라 믿고 있었다. 범죄 영화를 통한 카타르시스의 공식은 이미 두 배우의 등장과 그들이 맡은 인물만으로도 충분했다.
악역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일수록 관객이 받는 스트레스는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빌런을 응징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영화이므로 당연히 예상되는 순서였다. 예상된다 하여 기대감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었고, 흥행에 성공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과는 명확한 만큼, 과정이 제공하는 통쾌함을 얼마나 극적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이 느끼게 하는지가 연출한 감독의 능력이라 할 것이다.
영화의 백미는 마동석의 빰 때리기였다. 그의 빰 때리기는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줄 정도로 대단했다. 살인자를 살인으로 처벌하는 것은 살해당한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관객의 감정적 해소를 채워주는 방식은 아니었다. 살인자를 죽게 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해결법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 범죄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가해야만 심리적으로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였지만, 잔혹한 범죄행위를 지켜본 관객은 가슴속에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은 폭력이었다. 단지 무자비한 살생이 아니라 교훈적 체벌행위에 가까운 폭력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체벌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배우 마동석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불가한 신체적 특성과 파워가 만들어내는 공권력이었다.
물론 때린다 하여, 강해상 같은 범죄자가 개과천선할리는 없다. 그 사실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혼내야 하고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냉정한 법질서와 집행으로 감정적 분노가 해결되지 못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분출되지 못한 분노의 찌꺼기가 있었다. 그것들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통쾌함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1천만 명은 되는 것 같다.
범죄도시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이상용 감독이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했다. 그는 데뷔작으로 관객수 1천만 이상의 감독이 되었다. 이미 범죄도시 3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더욱 강렬해진 통쾌함을 선사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