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일1책

필립 로스, "에브리맨"

삶이라는 이름의 시린 보석

by readin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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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무더운 한낮에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없이 서가를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책을 고민없이 꺼내 읽었습니다.


우리의 이름은 무엇인가.

필립 로스는 소설 "에브리맨"을 통해 우리 모두의 이름을 부릅니다. 책은 한 남자의 장례식에서 시작하여, 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는 쓸쓸한 여로를 택합니다. 그의 이름은 '에브리맨', 바로 우리 모두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아버지와 함께 '에브리맨'이라는 보석상을 운영했습니다. 광고업계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고, 은퇴 후에는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쳤지요. 언뜻 평범하고 성실해 보이는 삶의 이력입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것은 빛나는 성공의 기억이 아닌, 육체의 끝없는 반란과 그로 인한 고독입니다.


작가는 단언합니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이 소설은 질병과 노쇠라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무자비할 정도로 정직하게 파고듭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수술을 시작으로, 쉴 새 없이 병원을 드나들며 자신의 몸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봅니다. 육체의 고통은 영혼의 고독을 낳지요. 그가 가르치는 학생이 던지는 한마디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통증이 사람을 정말 외롭게 만드네요.


사랑했던 여인들은 곁을 떠났고, 아들들은 그를 원망합니다. 그의 곁을 지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평생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산 형, '하위'뿐입니다. 이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삶의 불공평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인간적 유대의 의미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치열하게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없던 일상의 조각들,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갔던 수많은 날들. 그 평범함 속에 새겨진 인간 보편의 고뇌를 발견하게 합니다. 우리는 이 '에브리맨'의 여정을 따라가며, 결국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삶이라는 이름의 보석, 그 찬란함과 스러짐에 대한 가장 정직하고도 시린 응시.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자신의 이름을 조용히 되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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