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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로 이해하는 일본, "소주 한 잔 사케 일 잔"

쌀 한 톨, 물 한 방울에 담긴 이야기

by readin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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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즐기시나요? 저는 최근에 술을 많이 줄였지만, 다양한 술을 경험해 보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술 한 잔은 여느 액체와 같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한 나라의 역사와 기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시름을 털어내고, 막걸리 사발을 부딪치며 공동체의 정을 나눕니다. 이창현 작가의 "소주 한 잔 사케 일 잔"은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주의 문법을 빌려,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 일본의 사케를 이야기합니다. 쌀과 물,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빚어낸 한 잔의 술을 통해 일본이라는 세계를 이해하는 섬세한 문화 기행문입니다.



사케 전문가, 발로 쓴 한 권의 지도


저자 이창현은 ‘사케 전문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는 일본 47개의 도도부현을 모두 발로 뛰었습니다. 1,900종이 넘는 사케를 직접 맛보고 기록했습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미식 탐방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각 지역의 물과 쌀, 그리고 양조장의 장인 정신이 어떻게 한 병의 사케로 결정되는지를 확인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 책은 인터넷에 떠도는 파편적인 정보를 넘어선 단단한 신뢰를 얻습니다.


책은 먼저 사케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용어부터 정리하며 길을 엽니다. ‘사케’, ‘니혼슈’, ‘청주’, 그리고 우리에게 ‘정종’으로 더 익숙했던 이름의 유래까지. 단단한 개념 위에서 사케의 세계를 차근차근 구축합니다. 독자는 곧 사케의 등급을 가르는 핵심, ‘정미보합(精米步合)’의 개념을 만납니다. 쌀의 겉면을 얼마나 깎아내고 순수한 심백(心白)을 남기느냐에 따라 준마이, 긴조, 다이긴조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는 마치 불순물을 걷어내고 순수한 본질에 다가가려는 장인의 구도 과정처럼 보입니다.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복잡한 양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한 잔의 사케가 공장의 생산품이 아닌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술잔에 담긴 문화, 일본을 여행하는 법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기술적 설명을 넘어 문화적 통찰로 나아가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사케를 통해 일본 식문화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한국의 술 문화가 삼겹살과 김치찌개처럼 강렬한 음식과 어울려 ‘함께’ 즐기는 소통의 매개체라면, 일본의 사케 문화는 음식과 술의 섬세한 조화, 즉 ‘페어링’을 통해 미묘한 차이를 음미하는 데 집중합니다. 사케의 맛과 향을 네 가지(薰酒, 爽酒, 醇酒, 熟酒)로 나누고, 5℃의 유키비에(雪冷え)부터 55℃의 토비키리칸(飛び切り燗)까지 온도를 세분화하여 즐기는 모습은 디테일을 향한 그들의 집요한 탐미주의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사케라는 창을 통해 일본의 지역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홋카이도의 서늘한 기후가 빚어낸 깔끔한 사케, 니가타의 눈 녹은 물이 만든 청아한 사케. 각 지역의 특산물과 그 지역의 사케를 함께 즐기는 것은 땅과 인간의 조화를 존중하는 일본 문화의 단면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일본 전역을 여행하는 듯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술의 목록이 아니라, 각기 다른 풍토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신다는 것


이 책은 혼란스러운 정보의 안개를 걷어내고, 사케의 본질에 관한 명확한 정보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술을 마시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합니다.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하고, 음식과의 조화를 탐구하며, 감각을 섬세하게 일깨우는 즐거움입니다. 사케 애호가는 물론,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분, 그리고 일상의 작은 것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발견하고 싶은 모든 분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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