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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여정, "좋은 물건 고르는 법"

내 삶의 큐레이터가 되는 법

by readin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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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작가가 쓴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을 읽다가 옷장과 신발장을 열어 보았습니다. 한 번 입고 외면한 옷, 발이 아파 신지 않는 구두,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자. 그리고 이제는 용도를 잃어버린 디지털 기기들에는 하얀 먼지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의 공간은 실패한 소비의 증거들로 가득합니다. 그것들은 물건의 시체처럼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매번 좋은 선택을 했다고 믿지만, 결과는 종종 우리를 배신합니다. 우리는 어쩌다 내 삶의 공간을 식으로 채워가게 된 걸까요?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삽니다. 때로는 필요해서, 때로는 그저 갖고 싶어서 삽니다. 소비는 생존의 방식이자 삶의 표현입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항상 길을 잃습니다. 무엇이 ‘좋은’ 물건일까요. 이 질문에 이 책이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않지만, 소비를 실행하기 전에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소비를 하는 자신이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광고의 속삭임이나 유행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며, 이것은 정보 비대칭과의 싸움에서 소비자가 쥘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물건’은 단순합니다. 본질에 충실하고, 튼튼하며, 오래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담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냅니다. 몸에 맞지 않아 결국 방치하게 된 비싼 의자,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확신이 없었던 가방. 그의 소비 편력은 시행착오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흉터 같은 경험들이 지혜가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찬 2만 원짜리 카시오 시계가 주는 만족감, 7년째 현역인 튼튼한 가방의 믿음직함. 이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당연하게도 물건의 가치는 가격표가 아니라, 그것이 내 삶 속에서 축적하는 시간에 의해 증명됨을 말합니다.


우리는 왜 어떤 물건을 원하게 되는 걸까요? 저자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을 인용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아름다운 셔츠를 보고 데이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 인간은 물건의 기능뿐 아니라 그것이 품은 아름다움과 이야기에 매혹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욕망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그것이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허영인지, 아니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진정한 필요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소비는 비로소 맹목적인 탐닉에서 주체적인 선택으로 바로 섭니다.


좋은 물건은 우리의 성장을 지켜보는 친구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쓸수록 내 몸에 맞게 길들여지고, 시간이 흘러 흠집이 생기면 그것마저 나의 역사처럼 느껴지는 물건. 그런 물건들로 채워진 삶은 단단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나 자신에게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전부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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