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고양이를 길들였다는 착각
마침 오늘(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로 작은 생명체가 주는 위로와 기쁨을 기리는 날입니다(저도 고양이 집사란 소리죠). 소셜 미디어는 온통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차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는 그 사진 속 고양이는, 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강력한 존재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애비게일 터커의 "거실의 사자"는 바로 그 귀여움 뒤에 숨겨진, 고양이의 경이롭고도 섬뜩한(?) 진실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인간은 고양이를 길들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집니다. 어쩌면 고양이가 우리를 길들인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은 그 대담한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평생 고양이와 함께 살아온 애묘인이지만, 어느 날 문득 이기적인 작은 육식동물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자신의 모습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 탐구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책에 따르면, 고양이의 가축화는 개와 다릅니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선택하고 훈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약 1만 년 전,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며 곡식을 저장하자 쥐가 들끓었습니다. 고양이는 그 쥐를 쫓아 스스로 인간의 곁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인간에게 쓸모 있었지만, 그 관계의 주도권은 언제나 자신들이 쥐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현대 고양이의 뇌 크기나 골격은 수천 년 전 야생의 조상과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에게 맞춰 변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했을 뿐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비밀은 '귀여움'에 있습니다. 커다란 눈, 통통한 볼, 작은 코. 이는 인간 아기의 특징과 닮아 우리 뇌에서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아기 해발인(baby releaser)' 효과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고양이를 보며 이성적 판단이 아닌, 본능적인 보살핌의 욕구를 느끼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이 치명적인 매력을 무기로 우리의 소파와 심장을 점령했습니다.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인 동시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최악의 침입종' 목록에 오른 생태계 파괴자이기도 하니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수치는 충격적입니다. 미국에서만 고양이가 매년 죽이는 새는 최소 14억 마리, 작은 포유류는 69억 마리에 달합니다. 특히 외부 포식자가 없는 섬 생태계에 고양이의 등장은 재앙과도 같습니다. 전 세계 섬에서 멸종한 척추동물의 14%는 고양이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는 그 파괴력을 실감하게 합니다. 호주 정부가 길고양이를 '쓰나미처럼 몰려온 위험과 살상의 존재'라 칭하며 전쟁을 선포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믿는 상식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 도시 위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은 허상에 가깝다고, 저자는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근거를 댑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병든 늙은 쥐보다 어리고 쉬운 사냥감을 선호하며, 쥐의 개체 수를 통제하는 데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한 생명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다른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오싹한 부분은 '톡소플라스마 곤디(Toxoplasma gondii)'라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양이는 이 기생충의 유일한 최종 숙주이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건강한 사람에겐 무해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기생충이 숙주의 뇌에 영향을 미쳐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조종 가설’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감염된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 잡아먹히기 쉽게 만드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톡소플라스마 감염과 인간의 충동성, 위험 감수 행동, 심지어 교통사고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들은 우리가 고양이에게 느끼는 비이성적인 애정의 일부가 어쩌면 보이지 않는 기생충의 조종일 수 있다는 섬뜩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물론 아직은 가설 단계이지만,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찬사나 비난의 책이 아닙니다. 저자는 고양이를 둘러싼 복잡한 현실, 즉 인간의 깊은 애정과 생태계 파괴자로서의 역할, 그 사이의 딜레마를 가감 없이 펼쳐 보입니다. 고양이를 향한 우리의 지나친 사랑이 때로는 다른 생명에 대한 무책임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합니다.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수천 년의 생존 전략으로 인간 세계의 정점에 오른 위대한 정복자 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