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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의 인생 철학자가 전하는 조언, “자존가들”

자신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현실을 살아가기

by readin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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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뷰집을 참 좋아합니다. 인터뷰어의 충실한 준비, 공감과 경청으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인터뷰이로부터 끌어낸 글을 읽고 있으면, 의미있는 가르침을 받았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김지수 작가는 이미 전작인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인터뷰 전문가입니다. 이 책, “자존가들” 역시 작가의 탁월한 질문과 공감 능력이 빛을 발하는 책입니다. '자존가'라는 이름 아래, 17명의 인생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을 지켜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만큼이나 큰 울림을 몇차례나 느꼈습니다. 그녀가 인터뷰이들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 것처럼, 우리 또한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우리를 뒤흔드는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자존의 빛


이 책을 통해서 만나는 17명의 인터뷰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배우 김혜자, 야구 선수 이승엽, 음악가 이적과 같이 익숙한 얼굴도 있고, 법의학자 유성호, 낙관주의 전문가 옌스 바이드너처럼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직업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자존’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품위를 스스로 지켜낸 힘 말입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는 바로 18년간 노숙 생활을 했던 임상철 작가의 이야기였습니다. 노숙이라는 극단적인 역경 속에서도 임상철 작가는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았습니다. ‘자립은 스스로 일어선다는 말이잖아요. 저는 원래부터 일어선 사람이었어요’라는 그의 담담한 고백은 물리적 환경이 아닌 내면의 의지가 진정한 '자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깊은 통찰을 전합니다.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의 길을 개척한 그의 삶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좌절이 결코 우리 존재 자체를 훼손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지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내일'을 살아가는 지혜


이 책의 모든 인터뷰는 각자 다른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공통된 깨달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안한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끈기 있는 하루하루의 성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멀고도 거대한 미래에 압도되어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오늘, 내일 정도의 삶’에 집중하는 것. 이는 임상철 작가뿐 아니라, 70세에 다시 붓을 잡은 황규백 화가, 평생 배우는 자세를 강조하는 신구 배우의 삶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특별하거나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와 똑같이 불안하고 흔들렸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지켜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입니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 다르지 않다’는 진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삶의 경험 속에서도 우리는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위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


'우리는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삶과 죽음을 마주해야 할까요?'라는 질문 앞에서,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추상적인 철학이 아닌 17개의 생생한 삶의 서사를 제시합니다. 법의학자 유성호, 철학자 최진석과 같이 죽음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이들의 통찰은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불안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히 삶과 죽음을 대면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진정한 '자존가'의 모습일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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