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통해 바라보는 현대사
오늘 아침, 무엇을 드셨나요? 따뜻한 밥과 국, 혹은 간편한 시리얼 한 그릇이었을까요? 이 책, "아침식사의 문화사"는 우리가 당연하게 먹고 있는 ‘아침 식사’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로 시작합니다. 고대 로마와 중세 시대에 아침 식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금기시되는, 심지어 탐욕이라는 죄악으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로마의 귀족들은 아침을 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저명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침 식사를 폭식의 시작이라며 경계했습니다. 아침 식사가 허락된 이들은 오직 아이, 노인, 병자, 그리고 고된 노동을 앞둔 육체 노동자들뿐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아침 식사는 즐거움이 아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 보충이었습니다. 하루를 여는 즐거운 식사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의무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단식을 깬다(break the fast)’는 ‘breakfast’의 어원이 이런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헤더 안트 앤더슨'은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의 기원을 파헤치며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저자는 음식 전문 저술가이자 인기 블로그의 운영자답게,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솜씨 좋게 엮어냅니다.
아침 식사가 본격적으로 식탁의 주역이 된 것은 17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커피와 차, 코코아 같은 새로운 음료의 등장은 아침의 풍경을 바꾸었습니다. 산업혁명은 더 큰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공장으로 향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든든한 아침 식사가 절실했으니까요.
이 지점에서 아침 식사는 사회 계층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18세기 영국 부유층의 식탁에는 베이컨과 달걀, 소시지가 그득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올라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부와 여유의 상징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중산층 주부에게 아침 식탁은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무대였습니다.
반면, 노동자 계층의 아침은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이 전부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고기는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는 사치였습니다. 이 책은 하나의 식탁 위에 겹쳐진 계급의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팬케이크와 시리얼에도 이러한 역사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19세기 미국에서 불어온 건강 개혁 운동입니다. 실베스터 그레이엄과 존 하비 켈로그 같은 인물들은 육류 중심의 식사를 비판하며 통곡물 아침 식사를 설파했습니다. 켈로그가 환자들의 소화를 돕기 위해 개발했던 플레인 시리얼이 오늘날 전 세계 아이들의 아침 식탁을 점령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 책은 건강에 대한 열망이 어떻게 거대한 산업을 탄생시켰는지 그 과정도 면밀하게 보여줍니다.
20세기는 속도의 시대였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아침 식사 준비는 더 이상 여성만의 몫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광고였습니다. 1962년 앤트 제미마 팬케이크 믹스 광고는 '아빠가 만든 최고의 팬케이크'라는 문구로 남성들을 부엌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아침의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바꾸었습니다. 1923년 미시간 전기 협회가 '아침 식사의 최고 발명품'이라 칭송했던 전기 토스터, 그리고 자동 커피 메이커는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을 선물했습니다. 자동차의 등장은 ‘드라이브 스루’라는 새로운 아침 문화를 만들었고, 잭 인 더 박스는 최초로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이처럼 아침 식사가 성 역할의 변화, 기술 발전, 자본주의 마케팅 전략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아침 식탁이 사실은 가장 치열한 현대사의 격전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밥과 국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나 다른 문화권의 아침 식사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다소 아쉽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서구 음식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은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합니다.
'무엇을 먹었나’를 넘어 ‘왜 그것을 먹게 되었는가’에 대한 탐구는 흥미진진하게 읽힙니다. 생존을 위한 연료에서 시작해, 신앙의 척도, 부의 과시, 건강의 상징, 그리고 가족 사랑의 표현으로 끊임없이 그 의미를 바꾸어 온 아침식사 속에서 역사를 해독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