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by. 서은국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본문 중)
행복은 현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고,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행복하기 위해 취미생활을 하고, 행복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하지만 막상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는 말문이 턱 막히곤 한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행복을 갈구하지만 정작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의 기원>은 우리가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행복이 그동안 철학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주제에 국한된 채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행복을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철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함을 주장한다.
1) 행복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다.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행복은 인간의 ‘목적’이다. 하지만 진화론에 따르면 세상만사에 목적이란 없으며, 모든 생물은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후,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살아간다. 그러므로 행복 또한 우리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로 사용됨을 알아야 한다.
2) 인간은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감정 도구는 고통과 쾌감이다. 고통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게 도와주고 반대로 쾌감은 가까워지도록 돕는다. 여기서 쾌감은 행복과 직결되는 감정이며, 집단을 이루어 번식에 성공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좋은 '관계'를 통해 쾌감을 얻도록 진화했다. 즉,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안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발달했다.
3) 인간의 행복은 소소함에 있다.
행복은 ‘한방’에 있지 않다. 아무리 짜릿한 행복을 얻었다 해도 인간은 금방 권태를 느끼고 만다. 이는 인간이 생존 자원을 한번 맛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게끔, 어떤 감정이든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예로 들면, 꾸준히 영양분을 섭취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에, 한 번의 식사로 만족(적응)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음식을 찾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얻은 것에 금방 적응을 해버리는 우리는 복권 당첨과 같은 큰 이벤트에서 행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맛볼 수 있는 초콜릿 같이 소소한 즐거움에서 찾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목적이 아닌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이며, 인간은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그리고 행복은 곧 사라질 물질이나 소유가 아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인간이 어떤 감정이든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위대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얻는 위로.
자존감의 문제를 떠나서, 가끔 인간은 그저 자신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자각이 나쁜 것인가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의식이 인간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하기에 자신에게 어떤 목적이나 역할이 있다고 믿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욕구들이 기인하기 때문이다.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도 여기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그저 운 좋게 번식에 가장 크게 성공한 동물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그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살아간다. 여기에 특별한 건 없다. 물론 이런 생각은 허무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어떤 것이든 극단에 치우치면 좋지 않듯, 어느 정도 인간이 특별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위대하지 않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잘 살든, 못 살든, 석사든, 학사든, 인플루언서든, 아니든 그냥 다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살아가며, 그를 위한 자원을 얻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 이 사실은 누가 더 특별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여기선 차라리 좀 더 솔직한 사람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무언가 고고한 것이 아닌, 커피, 도넛, 게임과 같이 그저 단편적일지라도 자신에게 기쁨이 되는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이제는 인간의 고상함에서 벗어나 좀 더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야 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나, 꿈, 자아는 이상적인 곳이 아닌, 단편적인 곳에 숨어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