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문맹으로 만드는 결점에 대하여

[활자잔혹극] by. 루스 렌들

by 북구리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본문 중)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결점을 갖고 산다. 그런데 그 결점은 간혹 자신을 넘어, 자신의 삶 자체를 통째로 갉아먹기도 한다. 혹시 나의 안에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결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르는, 문맹인 주인공 유니스 파치먼. 그녀는 이 치명적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삶의 태도는 극단적인 자기 방어로 발현되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등, 모든 일에 냉소적이며 이기적으로 여기게끔 만든다.


평범한 직업을 가지기 어려웠던 파치먼은 속임수를 동원해 커버데일 가의 가정부로 취업하게 되고, 그곳에서 ‘하느님의 강림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종교에 심취한 조앤이라는 여성과 가까워지게 된다. 파치먼은 가정부 일을 하며 점점 자신의 문맹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어느 날, 평상시 커버데일 가를 아니꼽게 생각했던 조앤과 함께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이 책은 여타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첫 문장부터 범인과 살해 동기를 특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스토리 전개를 흡입력 있게 서술함으로써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녀가 정말로 읽지 못했던 것은 글자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사람이라면 모두 자신만의 결점을 한 가지씩은 안고 살아간다. 유니스 파치먼에게 그 결점은 문맹이었다. 그리고 그 결점은 불편함, 혹은 불쾌함을 넘어 그녀의 삶을 지배하고, 더 나아가 그녀의 인격까지 말살시키고 말았다.


이렇듯 하나의 결점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가려, 한 사람을 다른 의미의 문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분명 파치먼도 자신의 결점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뿐, 그렇게 까지 불편한 삶을 살길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그 결점이 너무나 자신에게 치명적인 나머지, 본인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온 인생을 그 결점에게 다 내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녀가 정말로 읽지 못했던 것은 글자가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잠시 책을 덮고 자신의 결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혹시 나도 파치먼처럼 결점을 가리기 위해 지금껏 남몰래 쌓아 온 인격과 행동 양식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눈에 띄는 행동을 극도로 싫어하며 소심했던 나의 모습은 사실 어떤 결점을 감추고 싶은 행동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니 나는 늘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기에, 분명히 내 안에도 당당함이 있었을 텐데 철저히 감추며 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당당함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부터 문맹으로 만든 것일까.


이제부터라도 우리를 문맹으로 만드는 결점에서 벗어나 깊이 헤아리지 못했던 자신이 누구인지 숙고하고, 다시는 결점에게 인생을 내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그 모든 괴로움과 슬픔도 결국엔 당신을 위하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