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by. 최진영
미래는 없다. 현재는 순간이다. 기댈 것은 차곡차곡 쌓인 기억뿐이다. 죽거나 살아야 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이유가 필요하다면, 과거를 뒤질 수밖에 없다. (본문 중)
우리 모두에겐 수많은 결핍과 상처들이 있다. 그 많은 결핍과 상처는 끊임없이 우리를 전복시키고자 위협을 가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이 처럼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죽지 않고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원도에겐 두 아버지가 있다. 바로 죽은 아버지와 산 아버지. 죽은 아버지는 원도가 어릴 적, ‘아버지를 믿어라.’라는 말을 남긴 채 물을 마시고 죽었다. 그 뒤로 원도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원도는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고자 여관에 홀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답을 찾기 위해 과거를 샅샅이 파헤치며 자신과의 사투를 벌인다. 무조건 용서하라며 시종일관 무관심했던 어머니 때문인가, 아니면 어느 날 자신의 인생에 침입자처럼 등장해 부모님의 사랑을 모두 앗아간 장민석 때문인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대학 시절 여자친구 유경 때문인가, 경제적 성공을 위해 결국 횡령까지 저질렀던 자신의 탐욕 때문인가, 끊임없는 자문 끝에 결국 자신만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소설은 깊은 결핍으로 인한 회의감과 우울감에 잠식된 한 청년이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자신의 과거를 처절하게 파헤치는 심리적인 과정을 아주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담았다. 이 청년의 고뇌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의 결핍은 무엇인지, 그러함에도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문하게 함으로써, 인생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왜 죽지 않고 살아있는가.
처절할 만큼 사랑을 갈구했던 원도. 그의 결핍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만큼 간절히 원했던 것 또한 사랑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
그와 같이, 분명 나에게도 지금껏 죽지 않고 살아 낼 만큼 간절히 원하는 결핍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결핍은 과거의 경험들로 인해 형성되며 더욱 견고해진다. 그러므로 결핍을 알아내기 위해선 과거를 끄집어내야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 자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행위 자체가 자신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핍은 외면의 대상이 아닌, 직면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핍은 전염성이 강하기에,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에 바이러스를 흩뿌림으로써 결국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야를 뒤틀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원도가 자신의 결핍을 직면하는 과정은 자학적으로 보일 만큼 너무나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처절한 싸움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이제는 나도 원도와 같이 더 이상 도망가거나 숨지 않은 채, ‘나는 왜 죽지 않고 살아있는가.’ 자문해 보기로 결심해 본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또 결핍을 직면함으로써 새롭게 트일 나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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