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김순효 씨] by. 이수정
사람도 요래 이짝에서 고이고, 저짝에서 공가주믄서 그래 어불려 사는 거 아이겠나 싶어예. 딱, 요 고인돌 맨쿠로요. 그라고보믄, 세상천지가 고인돌 아니겠어예. (본문 중)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떠나게 된 고창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인 주인공은 뜻하지 않게 어머니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게 된다. 이복딸로 자라면서 어색했던 관계 속에서, 그는 비로소 그녀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오해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가족을 다 안다고 착각하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인생과 숨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족이란, 사랑만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와 용서, 그리고 용기를 통해 세워진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흔히 ‘가족’이라 하면 사랑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되곤 한다. 물론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랑이란 감정에 근거하여 가족이라는 모임이 형성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만큼 명확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가족에게 사랑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강요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사랑이라는 단어 아래 집착과 오해, 후회들이 파생되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그동안 자신도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깨닫게 된다. 가족은 사랑만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가족이기 전에, 각 개인이다. 가족이라서 서운했던 말과 행동, 이해할 수 없는 표정 안엔,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개인의 뒷 사정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그 모든 뒷이야기를 다 알 수 없다.
책을 덮으며, 가족이기 전에 각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존중해주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야 사랑도, 이해도, 용서도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가족은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또 결국엔 사랑이기에, 그 부족함을 우리의 인내와 노력, 결단으로 채워야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