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지만, 정상이지만은 않은

[정신병을 팝니다] by. 제임스 데이비스

by 북구리








환자들은 이제 “소비자”로 재탄생했고, 민간 보건 사업자들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 했다. (본문 중)











과학과 의학 기술의 눈부신 진보 아래, 우리는 전례 없는 풍요와 여유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정신병을 호소하는 환자 수는 여전히 급증하고 있다. <정신병을 팝니다>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신 건강 분야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신자유주의의 도래로, 우리 사회에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개인주의는 정신적 고통을 개별적인 문제로 환원하고, 물질주의는 약물 처방의 의존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목표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사회 경제 구조 안에 있다. 자본주의적 사고는 이러한 배경을 가린 채, 환자를 소비자로 전환시키고 국가와 기업들은 그로부터 수많은 이윤을 획득하고 있다.


근본적인 개혁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부족하다. 매우 다양한 분야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함께 뒤 따를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상이지만, 정상이지만은 않은


그 많은 발전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너무나 당연시했던 신념과 가치들이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아실현, 자기 관리, 심지어 행복까지. 모든 것을 탈정치화하기 위해 개인의 역량을 늘리도록 부추기는 사회. 더 나아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고, 소비를 찬양하는 물질 중심적 사고까지. 이러한 분위기는 너무나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인식조차 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은 정신적 문제들을 ‘나’의 문제로 전락시켜, 의료 행위, 혹은 개인의 의지로만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혹시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도 깨달을 새 없이, 이미지와 영상,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 그렇게 순응하도록 길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착잡해진다.


저자의 말처럼, 정신 건강 문제는 한 사람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미 이 세상에 만연한, 소위 정상적이라 불리는 사회적 흐름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길 바라본다. 더 나아가 정상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의문을 품고 변화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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