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데우스] by. 유발 하라리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본문 중)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 인간은 정말로 노동에서 해방될 것인가, 아니면 로봇에게 밀려나게 될 것인가. <호모 데우스>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인류의 역사와 저자의 해박한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조망한다.
책에 따르면, 인간이 이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된 이유는 지능이나 특별한 능력이 아닌, 허구를 신뢰하는 믿음에 있다. 이러한 믿음은 종교, 정치, 사회 제도가 발달시켰고, 거대한 협력체계를 가능하게 했다.
종교는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출발해, 점차 인간 중심적인 인본주의로 발전했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자유의지와 의식마저 알고리즘으로 환원하면서, 인본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과학은 인간에게 불멸, 행복, 신성의 제공을 약속하며,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선포한다. 하지만 이는 각 개인을 하나의 데이터 조각으로 전락시키며, 모든 것을 정보로 판단하는 ‘데이터교’의 등장을 예고한다.
역사에서 증명됐듯이, 과학은 멈추지 않고 진보해 왔다. 이제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의식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생명체란 단지 알고리즘에 불과한 것인가.
인간은 결국 데이터가 될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 모든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완벽하게 실현할 만물데이터가 탄생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동물을 열등하다고 여겨왔던 인간이, 결국 그 앞에서 동물과 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책을 읽으며 가장 서늘하면서도 인상 깊게 다가온 지점이었다.
과학은 언제나 멈춤 없이 진일보해 왔다. 그리고 21세기는, 인간의 의식과 함께 천천히 발달해 왔던 과거와 달리,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도 알 수 없다. 이것이 어떠한 결말에 다다를지, 어떠한 인류를 구성하게 될지를. 심지어 연구자들, 투자자들, 나아가 세상을 이끄는 정치가들조차 침묵한 채 이를 지켜볼 뿐이다.
기술이 진보하고 화려한 상품들이 쏟아질수록, 우리는 그것에 쉽게 현혹된다. 현재 인문학이 경시되는 풍조도, 이러한 흐름의 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사유해야 한다. 개인이 한낱 정보의 작은 조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모든 생명이 차갑게 분석되는 알고리즘에 머물지 않도록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제는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러한 생각 역시 인본주의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한 한 개인의 편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