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치료 목표의 변화
개요
정신분석 치료 목표는 카타르시스 요법 → 자유연상 → 해석 작업 → 전이 치료으로 변화했다.
전이를 다루는 것은 정신분석 치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는 프로이트의 패러다임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복습하자면, 이 패러다임들은 프로이트가 결정적인 환자들을 만나면서 변화하게 되었는데요. 그의 사상과 이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정신분석은 심리치료에서 시작했던 만큼 치료의 방법과 목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정신분석을 받아보고 싶은 분이나 심리치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하는 글입니다.
시초환자라 불리는 안나 O. 그녀를 통해 정신분석이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아무튼 안나 O양을 치료할 때 사용한 치료법은 카타르시스 요법입니다. 사실 이건 정신분석학적 치료요법이라 볼 수는 합니다. 안나 O양에게 카타르시스 요법을 사용한 의사는 프로이트가 아니라 브로이어기도 하고요. 다만 여기서는 프로이트가 이 치료요법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카타르시스 요법의 핵심은 어떠한 기억이 유발하는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환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가 무의식의 방으로 밀어넣은 ‘어떤 기억의 불쾌한 감정’을 찾아내 청소하는 게 카타르시스 요법이죠.** 프로이트는 카타라르시스 요법이 '정신분석학의 직접적인 선구자'이며 '핵심'이라 칭하면서, 아래와 같은 설명을 달았습니다.
이 책[『히스테리 연구』]은 강한 감정적인 정신적 과정의 정동이 정상적인 의식적 가공에 의해 억압되어 잘못된 길로 내몰릴 때 히스테리적 증상들이 발생한다고 단언했다. 그렇게 되면 이 정동은 히스테리의 경우에 비정상적인 신체적 신경 지배로 이행하지만(전환), 최면으로 체험을 재현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조종되어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소산). 저자들은 이 과정을 카타르시스(정화, 억압된 정서의 해방)라 불렀다.
―「정신분석학 소론」, 한승완 역, 열린책들, 2012
이처럼 프로이트는 카타르시스 요법을 통해 정신분석의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정신의 또다른 방, 즉 무의식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시스 요법에는 크나큰 문제점이 있었죠. 바로 최면이 통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억눌린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선 환자가 최면 상태에 빠져야 하는데, 그게 통하지 않는 환자라니. 치료를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 겁니다.
또한, 프로이트의 기록을 살펴보면 카타르시스 요법은 그 당시 열렬히 환영 받거나 각광 받는 치료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만도 하죠. 심리학이라는 단어도 희박하던 시절, 갑자기 치료를 위해 최면을 걸겠다고 하면 어느 누가 흔쾌히 수락하시겠나요? 그래서 최면 요법이라고도 불리는 카타르시스 요법은 약간 최후의 수단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브로이어도 그렇고, 일반적인 의사라면 '에이, 이건 나중에 정 안 되면 써먹자!'하고 넘어갔을 텐데, 프로이트는 달랐습니다. 그는 카타르시스 요법에서 무의식을 발견했고, 환자가 의식을 유지한 채 무의식을 탐구할 방법을 모색합니다.
카타르시스 요법은 '기억'이 유발하는 불쾌한 '감정' 중 '감정'에 집중하는 치료법이었습니다. 환자에게 최면을 걸어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찾았죠. 하지만 프로이트는 감정 대신 '기억'에 집중하기로 결심합니다. 어차피 감정은 기억으로부터 유발된 것이니,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기억해낼 수만 있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사실 자유연상은 들어보면 "겨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단한 방법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저 자유롭게 기억을 떠올리는 작업에 불과하죠. 이에 대해서는 프로이트가 1922년에 쓴 논문인 「'정신분석학'과 '리비도 이론'」의 설명을 직접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요법[자유연상]은 주의 깊고 냉정한 자기 관찰자의 위치에 그 자신을 두도록 요구받고, 단지 시종일관 자기 의식의 표면을 읽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가장 완벽한 정직의 의무를 다하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착상도 전달에서 배제하지 않기를 요구받는 환자에 의해 시작된다. 설사 ① 그가 그것이 너무 불쾌하다고 느끼거나 ② 너무 터무니없다거나 ③ 너무 중요치 않다거나 ④ 찾고자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말이다.
―「'정신분석학'과 '리비도 이론'」, 박성수 역, 열린책들, 2012
카타르시스 요법이나 뒤에 설명할 '해석 작업', '전이 다루기'에 비하면 훨씬 간단한 데다 어느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죠. 펜과 노트(키보드도 좋습니다!)를 준비하고, 당장 떠오르는 걸 모두 적어보세요. 특히 자신의 심리적 갈등 요인과 관련된 걸 적어보면 좋습니다. 증상은 어떻고, 언제부터 시작된 것 같고, 어떤 고통을 느끼고,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마음이 떠오르는지 자유롭게 적어가다 보면 미처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심리질환의 원인을 찾게 됩니다―이것이 자유연상 요법의 정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자유연상 요법의 목표는 기억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억압된 기억을 찾아가는 방법이죠. 당연히 카타르시스 요법에 비해 간단하고, 거의 모든 환자들에게 통했기에 프로이트는 이후 자유연상 요법을 정신분석 치료의 한 축으로 사용합니다.
자유연상은 비유하자면 재료를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를 떠올려 보세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범인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하지요. 자유연상은 형사가 범인의 증거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형사의 범인 찾기도 그렇지만, 이런 증거 찾기 과정은 일반인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를 보았을 때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식별할 수 있는가, 이것이 형사와 일반인의 차이를 나누는 지점일 겁니다.
정신분석가의 역할도 이와 비슷합니다. 자유연상의 목표는 무의식적인 욕망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인 욕망은 자유연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는데, 비단 신경증 같은 심리질환이 아니더라도 농담, 말실수, 습관적인 움직임이나 장난 등에서도 무의식적인 욕망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이트의 독창적인 주장은 바로 '꿈'에서 무의식적 욕망이 드러난다고 한 것인데, 따라서 정신분석가라면 무엇보다 꿈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꿈의 해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해몽'과는 다릅니다. 어떤 이들은 프로이트가 꿈에 대해 어떤 상징물을 미리 정해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는 성기를 상징하므로 꿈에 바나나가 나오면 성욕에 대한 해소를 뜻한다' 같은 식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는 상징 간의 대응관계를 극도로 경계했으며, 해석 작업은 오로지 환자 자신과 환자를 도와 꿈을 해석하는 정신분석가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연상과 해석 작업을 통해 환자는 자신의 무의식적 욕망을 깨닫게 됩니다만, 신경증이나 히스테리, 강박증, 우울증과 같은 심리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정신분석 치료의 본질이라고 불리는 '전이'입니다.
전이는 앞서 언급한 나르시시즘 패러다임(제3기)에서 나온 개념으로, 처음에는 특이한 현상 정도로 간주되었으나 이후 정신분석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개념입니다. 전이는 간단히 말해 억압된 유년기의 신경증이나 성욕, 무의식적인 환상을 재생한 뒤 일련의 조작을 가하여 치료를 하는 것인데요. 저는 전이 치료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신기하다는 말 외에는 묘사할 방법이 없더군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재생하자 (자원하여 나왔던) 환자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정신분석가는 마치 그때의 상황을 조종하듯 상처 받은 상황을 이겨내도록 해주자, 환자는 무언가 상쾌한 얼굴로 돌아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전이 치료를 반복하다 보면 무의식적인 상처를 회복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이를 다루는 일은 억압되었던 것을 다시 현실에 불러내는 작업인 만큼 웬만큼 훈련받은 정신분석가가 아니면 수행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프로이트는 브로이어나 융도 전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해서 자신의 정신분석학에 거부 반응을 일으킨 것이라 썼는데, 사실이야 어찌 됐든 그만큼 전이 치료는 상당히 고난도의 치료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이에 대한 프로이트의 설명을 들어보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전이]은 가장 자애로운 헌신과 가장 완강한 적의 사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며, 무의식이 되었던 그 환자 초기의 성애적인 태도로부터 모든 특징들을 이끌어 낸다. 이러한 '전이'는 긍정적인 형태와 부정적인 형태로 저항에 의한 무기로서 사용된다. 그러나 의사의 손에서 그것은 가장 강력한 치료 수단이 되며 치료 과정의 역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신분석학'과 '리비도 이론'」, 박성수 역, 열린책들, 2012
이번 글에서는 정신분석학 치료 목표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프로이트가 만난 환자와 발견하게 된 현상과 개념에 따라 정신분석의 치료 목표는 계속해서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갖는 의의를 찾는다면, 프로이트의 끝없는 탐구 정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남들이 꺼림칙해 하는 것, 야릇하다고 느끼는 것,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끊임없이 탐구했고, 마침내 무의식의 구조를 해명하고 치료에 응용하고자 했습니다.
정신분석은 분명 의학에 속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정신분석에 매료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갔고, 인간 심리의 가장 밑바닥까지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 끝에 '전이'라는, 인간의 무의식을 재현하는 방법을 얻게 되었죠. 그러므로 정신분석의 치료 목표의 변화는 단순히 치료의 방법이 변화한 게 아니라, 무의식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깊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프로이트의 공헌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는 정신분석학의 역사에 관한 부분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프로이트의 개념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텐데, 그 중에서도 '해석 작업'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주]
*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억압된 표상이 유발하는 불쾌한 정동을 해소'라고 쓸 수 있습니다.
** 카타르시스 요법 즉 최면 요법을 최초로 사용한 의사는 프랑스의 샤르코라는 의사인데, 훗날 프로이트와 치료 요법의 독창적 소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특허권 다툼을 한 셈이죠.
*** 물론 방법은 간단하지만,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된 정신분석가가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 꿈의 해석에 관해서는 다른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출처]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개요』, 열린책들, 2012
맹정현, 『프로이트 패러다임』, SFP위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