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의 해석 작업 ① 꿈을 꾸는 이유
개요
꿈은 억압된 소원의 위장된 성취로, 그 목적은 '잠을 잘 이룰 수 있게 하는 것'과 '억압된 소원의 성취'다.
꿈의 재료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으며, 낮에 있었던 일, 억압된 소원, 어린 시절의 욕망이다.
프로이트의 전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을 한 권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꿈의 해석』을 고르겠습니다. 물론 입문자를 위해서는 『정신분석 강의』나 『정신분석학 개요』를 말씀드리겠지만, 정신분석학의 탄생과정을 고려했을 때 『꿈의 해석』만큼 중요한 서적이 없습니다. 프로이트도 책의 제2판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누차 마음의 동요를 겪었으며 또한 확신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을 되찾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꿈의 해석』이었다."
이 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의가 있으며 적용이 가능한 해석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 설명 드릴 '농담'이나 '말실수'는 여전히 의의를 가진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전이 다루기'의 경우 자기 분석이 거의 불가능한 해석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꿈의 해석'은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석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의 해석 작업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이번 편에서는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오늘날 '잠'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렘수면, 꿈을 꾸게 하는 뇌의 부위, 잠을 자는 이유 등) 아직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혹시 구글에 '꿈을 꾸는 이유'를 검색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프로이트의 꿈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을 합니다.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세상에 내놓은 지 120년이 지나가는 시점인데도 말이죠.
이처럼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프로이트에 의하면, 우리는 '소원 성취'를 위해서 꿈을 꿉니다. 물론 이때의 '소원'은 단순히 의식으로 인지할 수 있는 소원이 아닙니다. 그 소원은 바로 무의식 속에 억압된 소원이죠.* 아래에 프로이트가 직접 작성한 문구를 하나 인용하고자 하는데요. 한 문장이지만, 여기에는 프로이트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의식의 3단계>와 <꿈의 작업>에 대한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꿈은
(억압되고 억제된) 소원의
(위장된) 성취이다.
좀 더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프로이트의 '의식의 3단계'를 언급하고 넘어갈까 하는데요. 아마 유명한 이론이다 보니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주로 빙산의 일각으로 표현되는데, 개인적으로 탁월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에 비해 무의식은 훨씬 크고 심대하지만 결코 의식 위로 떠오르는 법이 없기 때문이죠.
의식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지각하는 것들입니다. 평소에 '생각한다', '느낀다'라고 할 때의 '생각' 또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의식은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심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번에 떠올릴 순 없지만, 노력하면 의식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들이지요. 그림에서는 저장된 지식이나 기억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보다는 조금 더 심층적인 것들이 전의식에 속합니다. 가령 낮에 해결하지 못한 사고의 흐름이나 잠시 동안 억압된 욕망 등도 전의식에 속하거든요. 하지만 의식이 완전히 지각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와 달리, 전의식은 노력 여하에 따라 혹은 어떠한 계기가 주어지면 곧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의식이나 전의식과 달리 무의식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의식 세계로 불러들일 수가 없습니다. 신경증 같은 정신질환이나 꿈, 전이 등을 통해서만 의식 세계로 소환할 수 있지요. 눈치채셨나요? 이 중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비교적 정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무의식은 '꿈'이 유일합니다. 이런 탓에 프로이트는 꿈을 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인간은 일종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아무튼 무의식에는 억압되고 억제된 소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원은 주로 도덕, 사회윤리, 법, 제도 등에 의해 억압되는 것들인데요. 가령 아이들은 성에 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똥, 항문, 성기, 출산 등 우리가 비교적 금기시하는 것들에 도리어 흥미를 느끼죠. 그러다 유년기를 지나면 그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기 힘든 개념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때부턴 언급을 자제하는데요. 하지만 호기심이나 흥미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억압되고 억제되어 무의식에 갇혔을 뿐이죠.
이처럼 무의식에는 우리가 억압한 수많은 표상과 정동 그리고 소원이 있습니다. 의식 세계, 즉 잠에서 깬 낮 동안에는 의식하지 못할 뿐이죠. 하지만 잠을 자는 동안에는 우리의 의식은 전의식의 상태로 들어가며, 이때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것들이 전의식으로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전의식 사이에 '파수꾼' 즉 검열 작업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파수꾼이 우리가 잠을 계속해서 이룰 수 있도록 무의식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욕망과 소원들을 검열하는 것입니다. 만약 무의식에 감춰져 있던 욕망, 충동, 감정, 기억 등이 그대로 의식에 전달될 경우, 자아는 크게 손상을 입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꿈은 이중적인 의미에서 '소원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면을 지속하려는 소원 성취'와 '무의식적인 욕망의 소원 성취'가 그것이죠.
아마 다들 한 번쯤은 남에게 말하기 굉장히 부끄러운 꿈을 꾸고 황급히 깬 적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나마 꿈에서 검열을 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날 것의 욕망은 얼마나 충격적일까요? 그래서 파수꾼은 우리가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꿈을 통해 무의식의 욕망을 최대한 검열하고, 또 우회하여 표현합니다. 프로이트는 이를 가리켜 '위장된 성취'라고 표현한 것이죠. 따라서 꿈을 잘 해석하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소원이나 어린 시절의 욕망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꿈의 재료와 출처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검열관이 꿈을 만들어내는 거라면(물론 이는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어떤 재료를 가지고 꿈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프로이트는 꿈에 등장하는 꿈의 재료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① 낮 동안에 있었던 근심이나 걱정
② 억압된 소원
③ 어린 시절의 욕망**
혹시 몇 년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시구로는 프로이트의 '낮의 잔재'라는 단어를 보고 영감을 얻어 책의 제목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정신분석학에서는 ①의 경우를 낮의 잔재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낮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 무의식 속에 저장되었던 것이죠.
꿈의 해석 과정에서 다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꿈은 낮 동안 혹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을 재료로 삼는 편입니다. 가령 지나가다 무심코 쳐다본 사람이라든지, 아무렇지 않게 듣고 지나간 친구의 농담 등. 말 그대로 사소하거나 하찮게 여긴 것이 꿈에 등장하기에, 꿈을 꿀 때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분석을 해보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 꿈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②와 ③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드렸죠. 억압된 소원이나 어린 시절의 욕망, 특히 성적인 욕망이 꿈의 재료(혹은 출처)로 사용됩니다. 이외에도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전형적인 꿈들, 예를 들어 시험에 떨어지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꿈들에 대해서도 다루는데요. 특히 신체적인 증상(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실제로 꿈에서 오줌을 싼다거나)에 대해서도 다루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직접 원전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을 꾸는 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최근 뇌과학의 진전에 따라 수면 단계에 따라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꿈을 통해 낮 동안에 있었던 스트레스나 감정 등을 해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꿈의 근본적 원인, 즉 꿈이라는 정신현상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기대어 설명하는 편입니다. 그의 꿈 이론이 현대에 들어서도 100% 맞다고 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꿈 이론에 있어서는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꿈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프로이트는 꿈을 어떤 정신분석학적 방법으로 해석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주]
* 이 시기는 프로이트 패러다임 제1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직 리비도와 충동, 자아 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히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1895년 발간된 『히스테리 연구』에 비하면 무의식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거의 확신하고 있는 상태였죠. 또한 억압의 원인에 대해서는 '성욕'을 지목하고 있는데, 이는 판본을 거듭하면서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충동과 리비도를 발견하면서, 꿈에 대한 그의 이론적 확신은 더욱 강해졌죠. 이처럼 『꿈의 해석』은 거의 모든 패러다임을 관통한다는 점에서도, 프로이트의 저서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③의 경우, 전 편에서 소개한 '프로이트 패러다임'의 환상설(유아 성욕)의 영향을 받아 추가된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론을 계속 발전시킨 증거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출처]
김인순 역,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열린책들, 2004
홍계경·임홍빈 역,지그문트 프로이트,『정신분석 강의』, 열린책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