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아닌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

나를 규정하기 위해 내가 만든 루틴들

by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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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할 거라고’ 말하는 일 말고,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이다.
- 카를 융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 마음속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이다.
- 영화 ‘배트맨 비긴즈’ 중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행동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한다는 것. 생각이 많은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생각보다 행동의 힘을 강조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예컨대, 머릿속으로 '하기 싫다', '귀찮다'를 외치면서도 몸을 움직여 행동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게으름에서 벗어나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면 아무리 빽빽한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그 계획은 절대 나를 규정할 수 없다. 생각의 가치를 짓밟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마인드셋은 실제로 인생에 도움이 된다. 특히 나처럼 생각도 많고, 겁도 많아 무엇하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종종 생각에 잡아먹힌다. 늦은 밤 자려고 누웠을 때 생각이 몰려든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럴 때 그 생각들은 전부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 나를 방해하는 존재일 뿐, 내가 그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절대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선수시절 인터뷰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대답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역시 중요한 건 행동이다. 나는 그래서 루틴을 만들었다. 루틴이란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일련의 행동이나 활동'을 의미한다. 의식적으로 루틴을 만들고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익어 무의식적으로도 행할 수 있게 된다.


먼저 나의 추구미가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답할 수 있다면, '어떤 루틴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좀 더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루틴을 만들었다: 나는 아침마다 체중을 측정하고 물을 마신다. 점심 전후엔 30분간 책을 읽고, 저녁에는 수영을 간다. 하루를 마무리할 땐 그날의 식단을 기록하고 다이어리를 쓴다. 매일 잊지 않고 1시간씩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책 한 권을 완독 후엔 노션에 독후감을 쓴다.



아침

- 기상 후 체중 측정

- 물 마시기


점심

- 식사 전후 30분 독서

- 식사 직후에는 바로 앉지 말고 움직이기 (집안일 추천!)


저녁

- 주 3회 저녁수영하기

- 약과 비타민 챙겨 먹기


자기 전

- 오늘의 식단 기록

- 다이어리 쓰기

- 내일 계획 세우기

- 내일 운세 확인하기


매일

- 1시간 브런치 글쓰기


완독 후

- 필사하기

- 노션 독서기록 페이지 작성하기



이렇게 루틴을 만들어두면 생각을 간소화하고 실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저 '해야 하니까' 하게 된다. 처음에는 루틴을 수행하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몸에 익숙지 않으니 할 때마다 적어둔 루틴을 확인해야 했고, 하나의 루틴을 한 뒤 다음 루틴을 완수하기까지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루틴에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일어나면 할 일이, 책을 다 읽으면 할 일이 정해져 있으니 버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저절로 몸이 먼저 움직인다.


혹시 '말이 쉽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나도 처음엔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제쳐두고 일단 하라'니. 우리가 그걸 몰라서 못한 게 아니지 않은가.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법. 그럴 땐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활용해라. 주변 환경을 바꾸고, 행동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위해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보증금이 있는 온라인 챌린지를 신청했다. 책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노션 템플릿을 다운로드하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고 시작조차 안 하는 사람과, 어려우니 나를 도울 장치를 찾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을 거라고 믿는다. 환경에 약간의 변주를 주어 내 루틴이 이어지도록 돕자.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도, 생각도 아니다. 실천하는 것, 바로 행동이다. 루틴이 많을 필요도, 거창할 필요도 없다. 별거 아닌 습관이 모여 하루를 채우고, 나를 이루고, 나를 규정한다. 내 루틴은 곧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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