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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만족스러운 투자 수익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존 보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by 어투독

존 보글(John Bogle)은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이자 뱅가드 그룹(Vanguard Group)의 창립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패시브 인덱스 투자 전략을 대중화한 인물로, '저비용 인덱스 펀드'의 개념을 세상에 널리 퍼뜨렸습니다. 그의 저서인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는,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전체 시장의 성과를 따라가라"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원칙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보글은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투자 방법임을 강조하고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누구에게나 투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필독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월가가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고객인 투자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계속 뭔가를 하라.” 투자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이와는 정반대 조언에 따르는 거라고 보글은 말합니다. “자꾸 뭔가를 하려 하지 말고 원래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있어라” 워런 버핏은 이 교훈을 뉴턴의 운동 법칙에 빗댔습니다. ‘투자에서는 운동이 증가할수록 수익은 감소한다’ 매매 빈도가 높을수록 수수료와 세금의 형태로 나가는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은 줄어듭니다. 이것은 상식이며 인덱스 투자의 본질입니다. 워런 버핏은 월가에서 단 한 사람의 동상만을 세워야 한다면 단연코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이 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책은 ‘고트락스 가문’의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고트락스라는 성을 쓰는 부유한 일가가 있었는데 이들은 수대에 걸쳐 번창했습니다. 그들은 형제와 자매, 삼촌과 이모, 고모, 사촌이 수천 명이나 되는 거대한 가문이었고 미국 내 주식을 전부 소유하며 수천 개 기업이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과 기업이 이뤄낸 수익을 통해 크게 앞서거나 뒤처지는 일없이 모두 똑같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얼마 후 언변이 뛰어난 ‘헬퍼’라고 자처하는 몇 사람이 나타나 사촌 몇 명에게 접근해 다른 친척보다 돈을 더 많이 벌게 해 주겠다며 이들을 꼬드겼습니다. 헬퍼는 일부 주식은 팔고 일부 주식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그런데 가문의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투자 수익의 일부를 헬퍼가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미국 기업 전체가 구워 내는 파이를 고트락스 가문이 전부 가져갔지만 이제는 일부를 헬퍼가 가져가기 때문이죠. 사촌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전략이 가문의 자산 증가 속도를 늦췄다는 사실을 깨닫았지만 주식을 잘못 골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좋은 종목 선택을 위해 전문가를 고용했습니다. 1년이 지나자 당연히 가문의 자산은 더 줄어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10명이서 100을 10씩 나눠 가지다가 한 명이 20을 가지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주식을 선택하면 그 사람이 20을 벌었다 한들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처음에는 열 명이 100을 가져갔지만 이제는 10명이 99만큼 밖에 못 가져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될수록 전체가 가져가는 크기는 점점 줄어듭니다.


월가의 도둑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펀드 운용 실적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메릴린치 펀드의 수익률은 업계 평균을 무려 18%나 밑돌았죠. 골드만삭스와 모건 스탠리 펀드는 평균보다 9% 낮았고 웰스파고는 8% 낮았습니다. 이렇게 증권사 소속의 중개인이 운용한 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증권회사가 새로운 펀드 상품을 출시하면 중개인은 누군가에게 그 상품을 팔아야 합니다. 다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S&P 지수와 액티브펀드지수를 비교하는 이른바 스피바 보고서는 2016년 보고서에서 기간을 15년으로 하고 액티브 펀드 중 시장보다 못한 성과를 낸 펀드의 비율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90%가 시장보다 낮은 성과를 냈고 또 핵심 대형주 중심의 액티브 펀드 가운데 97%가 S&P 500 지수의 수익률에 못 미쳤습니다. 이렇듯 펀드의 실적이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투자자가 수익을 온전히 받아 챙기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왜일까요?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특정 연도에 전체시장이 7%의 수익을 냈다면 투자자 집단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7%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투자자는 금융 중개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비용을 내고 남은 것만 투자자의 몫이 되죠 게다가 투자 수익이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상관없이 비용은 반드시 지급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투자자 집단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필연적으로 시장보다 못한 수익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대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할까요? 개인투자자가 자신이 직접투자를 하며 매매를 하는 경우 연평균 1.5%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매매 빈도가 높지 않다면 비용은 1%로 낮아지고 매매 빈도가 더 높다면 훨씬 커질 겁니다.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자산운용 보수와 운영비용이 연간 2~3%나 됩니다. 주식형 펀드매니저가 그토록 오랫동안 꾸준히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이유 중에 높은 비용이 큰 몫을 차지하죠. 대체로펀드매니저는똑똑하고학력수준도높고 경험도많고아는것도많고 게다가대다수는정직하기까지합니다. 그러나이들은서로경쟁해야하는상황이죠. 시장을이기기위해종목을선별하고팔고누군가는삽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극소수의 매니저는 시장을 이기겠지만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결국 펀드매니저를‘집단’으로 보면 항상 시장보다 못하게 되죠 예를 들어 50년간 주식시장 수익률이 연평균 7%라고 가정해 보죠. 여기서 펀드의 연평균 비용을 최소 2%라고 하면 펀드 수익률은 5%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1만 달러를 투자했을 때 연평균 7%를 50년간 투자하면 29만 4,600달러가 됩니다. 반면 펀드의 5% 수익률로는 50년 뒤 11만 4,700만 달러가 되죠. 주식시장의 총수익보다 17만 9,000달러나 적은 수준입니다. 복리의마법이비용에도적용된탓입니다. 첫해 말에는 투자자산의 약 2%만 증발했지만 10년 후에는 17%, 30년 뒤에는 43%가 날아갔습니다. 그러다 50년째엔 무려 61%가 증발했습니다. 시장을 보유했을 때 보다 61%를 비용으로 지불한 겁니다. 투자자는 결국 39%밖에 손에 넣지 못하게 되죠. 투자자가자본을100%투자하고위험도100%부담합니다. 그러나수익은40%도얻지못하는 거죠. 자본은한 푼도투자하지않았고 위험도전혀부담하지않았던 현금융중개시스템이총수익의60%를가져간셈입니다. 다시 한번반복합니다. 복리비용의횡포는복리수익의마법을압도합니다. S&P 500 지수를 따라가는 펀드, 즉 단순하고 비용 수준도 낮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했더라면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느라 괜한 손실을 떠안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펀드가 비쌀 때 사고 쌀 때 팝니다. 이런 행동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지만 인기나 유행에 맞춰 새로운 펀드를 계속 내놓고 공격적으로 광고를 하는 펀드 업계의 관행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탐욕과 공포에 사로잡혀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 파는 투자자에 더해 유행 펀드를 파는 펀드 업계의 행태가 더해져서 펀드 투자자들이 시장수익률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얻은 겁니다.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

이쯤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겁니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펀드는 항상 있는데 시장을 이기는 펀드를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요?” 좋은 펀드 선택하기’에 대해 알아보죠. 수익성이 좋은 펀드를 미리 알아내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25년 동안 살아남은 수익성이 좋은 펀드가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죠.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을 이기기 위해 그들끼리 사고 팝니다. 그러면서 투자자에게 자신들이 과거에 좋은 성과를 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한편에선 과거에 성과가 저조했으니 다음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1970년 당시 존재했던 355개 펀드의 46년간 성과를 보면 80%에 해당하는 281개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게다가 살아남은 펀드 가운데 29개는 S&P 500 지수 보다 연간 1% 이상 저조한 성과를 냈고 35개는 S&P 500 지수의 수익률과 1% 내외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제 10개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중 8개는 S&P 500 수익률을 2% 미만으로 앞지를 뿐이었죠. 실력이라기보단 운이 따랐다고 봐야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남은 펀드는 단 두 개입니다. 1970년 이후 장기간에 걸쳐 S&P 500 지수를 2% 이상 앞지른 펀드는 피델리티의 마젤란 펀드와 피델리티의 콘트라 펀드입니다.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는 S&P 500보다 2.6% 높았으며 콘트라 펀드는 2.1% 높았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좋은 성과를 내주는 펀드는

355개 중 0.5%인 2개에 불과합니다. 게다기 중간에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은 펀드만을 대상으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은 실제보다 과장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이기를 펀드를 찾는 행동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죠. 게다가 장기간 실적이 좋더라도 앞으로도 그럴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주식형 액티브 펀드 전부를 대상으로 시기가 서로 겹치지 않게 5년 단위로 연속해서 묶은 두 기간의 성과를 비교해 정리한 자료가이 있습니다. 그 자료가 보여주는 결과는 이렇습니다.‘지난 5년간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펀드 중 다음 5년에도 최고의 성과를 낸 펀드 13%에 불과하다.’ 심지어 10%는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번엔 반대로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낸 펀드를 조사했습니다. 과거 5년에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낸 펀드 중

다음 5년에도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낸 펀드의 비율은 12%입니다. 그리고 17%는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펀드가 되었죠 이런 결과들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펀드의 과거 성적이 미래의 실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난 5년의 성적은 다음 5년의 성적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전의 성과를 유지하는 펀드는 드뭅니다. 결론적으로 최근 성과를 기준으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며 오히려 향후 시장 평균을 훨씬 밑도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초저비용 인덱스 펀드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았습니다. 첫 번째는, ‘전체시장을 이기는 펀드는 0.2에 불과하다. 고로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펀드를 고르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겪이다.’ 두 번째 사실은 이겁니다. ‘첫 번째 사실에도 불과하고 과거 성과를 기준으로 그 바늘을 찾으려 노력하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제 보글이 제안합니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은 지는 게임이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 즉시 카지노에서 나와서

s&p 500 인덱스 펀드 또는 전체 주식시장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십시오.' ‘바늘을 찾지 말고 그 건초더미를 통채로 사라’ 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것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우리에게는 보글이 만든 저비용 인덱스펀드라는 대안이 있습니다. 최저 비용 펀드는 매매 회전 비용도 거의 없어서 총비용은 0.1%죠. 따라서 S&P 500 인덱스 펀드의 총수익은 9.2%이고 비용을 뺀 순수익은 9.1%입니다. 인덱스펀드는투자자가정당한자신의몫을챙길수있게해 줍니다. 보글이 말하는 정당한 몫이란 시장수익률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고 물가 상승률을 뺀 수익률입니다.


대가들의 조언

1977년부터 1999년까지 피델리티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는 동안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은퇴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S&P 지수는 10년 동안 343.8% 상승했다. 4루타를 달성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일반 펀드는 283%가 상승했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상황을 점점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 투자자는 인덱스 펀드를 택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펀드매니저와 중개인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면 투자자가 모든 것을 가져갑니다. 워런 버핏은 2013년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신이 죽거든 신탁자산의 90%를 ‘초 저비용 S&P 500에 투자하라고 말했습니다. 인덱스 펀드는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는 수고를 줄여줍니다.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1976년의 인터뷰에서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죠. “사실상 '전체’로서의 시장 전문가 집단이 시장을 이긴다는 것은 자신들끼리 서로 이긴다는 혹은 자기가 자기를 이긴다는 말인데 이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만족스러운 성과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반면 탁월한 성과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투자 수익은 주식매매가 아니라 주식 보유에서 얻어야 한다.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이자와 배당, 그리고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투자자는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수익을 챙겨야 합니다. 시장을 이기는 펀드를 고르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최대한 투자자산을 다각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식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S&P 500이나 전체주식시장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펀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https://youtu.be/3Wj-srUrA2o?si=fPnayapNF_KFL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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