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고정 경제학에서는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가르친다. 사람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효율적으로 행동하며, 그런 사람들이 모인 시장 역시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옳을까? 그렇지 않다. 시장은 가끔 효율적일 뿐이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사람들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기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보자면 사람들은 스스로 노후를 대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동물이라면 돈을 벌 수 있는 젊은 시절 돈을 모아두었다가 돈을 못 버는 노후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실험 결과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사람은 효율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라는 전제하에 국가 연금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런 제도들의 바탕이 되는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데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들을 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우리는 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뇌가 직관적으로 판단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직관은 편향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뇌는 두 가지로 나뉜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다. 시스템 1은 직관이다. 7+3이란 문제를 들었을 때 생각하는 뇌가 바로 시스템이다.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으면서도 대부분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시스템 2 노력을 해야만 작동을 한다. 17x23 같은 문제를 들었을 때 작동하는 뇌이다. 시스템 1은 본능적으로 작동하지만 시스템 2는 의도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우리가 흔히 '가만있어보자... 정말로 그게 맞나?'라고 생각할 때 시스템 2가 가동된다. 1과 2는 보완적이다. 1은 직관적이고 대부분 옳은 선택을 하지만 가끔 실수를 하며 선입견을 만든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2를 작동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뇌는 항상 시스템 2를 작동시키지 않고 1을 주로 작동시킬까? 그것은 우리의 뇌가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뇌는 우리의 신체기관은 가장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항상 시스템 2를 켜놓은 채로 생활하려면 에너비 소비가 많다는 의미다. 선사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 않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 그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 2를 사용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캠프옆의 풀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리면 직관적으로 맹수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도망치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다. 그 상황에서 시스템 2를 가동해 '가만있어보자. 사자가 아닐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선조는 살아남지 못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이런 직관 때문에 많은 불상사가 생긴다. 책은 그런 불상사들을 기술하고 있다. 시스템 1과 2가 만들어내는 불상사들.
시스템 1과 2는 여러 가지 유쾌하지 못한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들이 경제적인 부분과 엮였을 때는 더욱 슬퍼진다. 예를 들어 '휴리스틱'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림짐작'이다. 어떤 질문을 들었을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대체 질문으로 원래 질문을 대체한다. '지금 테슬라 주식을 사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휴리스틱 심리가 작용하면 원질문을 '나는 테슬라라는 회사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버린다. 원래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우리의 심리는 훨씬 경제적인 질문, 즉 간단한 질문으로 바꿔서 뇌에다 전달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다. 좋은 회사인가?라는 질문과 좋은 투자 대상인가 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책은 휴리스틱 같은 여러 편향들을 설명한다. 닻 내림효과, 사후확신편향, 소유효과 등등. 그중 저자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것이 바로 '전망이론'이다. 전망 이론은 간단하게 말하면 '손실회피심리'다. 인간은 똑같은 강도의 이득과 손실을 얻었을 때 손실에 대한 민감도가 더 크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사람은 위험을 손실보다 2배 정도 더 크게 평가한다. 즉 ㅅ사람은 손실의 아픔을 두 배정도 더 느낀다. 예를 들어 하나의 주식으로 100을 벌었다고 해도 다른 주식으로 50을 잃었다면 전혀 기쁘지 않은 것이다. 두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1) 당신은 둘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확실히 900달러를 얻기 vs 1000달러를 얻을 수 있는 확률 90%
2)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확실히 900달러를 잃기 vs 1000달러를 잃을 수 있는 확률 90%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 1에서 위험을 회피한다. 하지만 문제 2에선 대부분 도박을 선택한다. 이러한 위험 추구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문제 1의 위험 회피 설명을 뒤집에 설명할 수 있다. 확실한 손실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문제 2에서는 위험을 선택한다. 이런 현상은 특별하지 않다. 위험을 기회보다 긴급하게 여기는 유기체들은 생존과 번식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이것이 어떤 문제를 만들어낼까?
당신은 동전 던지기 도박 참가 제안을 받는다.
동전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는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얻는다.
이 도박이 매력적인가?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100달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150달러를 얻으리라는 기대감보다 강하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산상 이런 게임은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복할 수 있다면 더 그렇다. 이런 유리한 게임은 참가하는 게 옳지만 위험회피성향 때문에 참가하지 않게 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어떤 내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아 승리할 가능성이 수백만 번이라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위험이 존재한다.
그는 극단적인 손실회피로 인해 고통받는데 그는 모든 유리한 기회를 거부한다.
위험회피 성향으로 인해 유리한게임마저 피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진다.
사람들은 같은 양의 이익보다 같은 양의 손실에 민감하다. 이것이 노벨상을 받은 이론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스템 2를 가동해 혹시 지금 내가 위험회피성향 때문에 유리한 게임에 참가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책이 매우 두껍다. 많은 실험 내용과 결과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핵심 은 간단하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만들어내는 편향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나아가 시스템 1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두꺼워서 손이 선뜻 안 나가지만 모든 문장을 시스템 2를 켜둔 상태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잘 안 읽히는 부분은 빠르게 읽고 넘어가도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한 번쯤 읽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읽어두면 분명 두고두고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https://youtu.be/rJqccg08Q_c?si=T22qHITwQFeWRe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