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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훌륭한 투자자의 핵심 능력은 '리스크 관리'다

'투자에 대한 생각' 하워드 막스

by 어투독

세계적인 투자구루 하워드 막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확고한 그의 투자철학이다. 그렇다면 투자 철학은 어디서 나오는가? 경험이다. 경험이 교훈이 되고 철학이 되는 것이다. 교훈은 어디서 생기는가? 내가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경험이 생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많은 분야가 그렇지만 투자도 역시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성공은 우리에게 아무런 교훈을 주지 않는다. 아니 교훈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공은 오히려 잘못된 교훈을 준다. 투자는 쉬운 것이고, 나는 투자의 비밀을 깨닫았으며, 리스크에 대해서는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이다.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것은 실패다. 즉 불황, 하락, 침체만이 투자자로 하여금 심층적으로 생각하고, 리스크에 대비하고 투자 철학을 갖추도록 해준다.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하워드 막스는 불황으로 그에게 만들어진 투자철학들을 소개한다. 오늘 그중 한 가지를 보겠다.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투자가 불분명한 미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를 절대로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비를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막스가 투자 철학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분야는 리스크에 대한 관점이다. 막스의 리스크에 대한 관점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리스크를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리스크가 높을 때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리스크를 제어하는 것이다. 첫 번째부터 보자

리스크란 무엇인가? 우리는 학교에서 흔히 말하는 수익률곡선(리스크와 수익률이 정비례하는 그래프)이라는 것을 보고 리스크가 높으면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배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교과서의 권위에 말리지 말고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라. 위험한 투자일수록 수익률이 높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위험한 투자가 아니다. 확실한 투자다. 높은 리스크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수익률 곡선을 보고 높은 리스크를 짊어진 사람들은 낭패를 봤다. 한편 막스가 제시하는 리스크와 수익률의 관계에서는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가능한 일이 같이 많아진다. 리스크가 증가하면 수익가능성도 증가하지만 손실 가능성 역시 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리스크가 커지면 불확실성이 커진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스크 감수를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본다. 시장은 그렇게 환경을 조성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이 리스크가 큰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스크가 클수록 무조건 수익도 크다면 그 투자가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리스크를 감수한 효과가 없을 때, 리스크는 무용지물이 되며 그럴 때 사람들은 리스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2007년 12월 17일 메모.

종모양의 정규분포 그래프를 생각해 보자. 리스크를 높이면 종모양이 커진다. 종모양이 커진다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종모양의 중간에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 모여있다. 양쪽 끝부분에는 거의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어난다면 아주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나심 탈레브는 여기에 모여있는 사건들을 블랙스완이라고 불렀다. 리스크가 커지면 종의 크기도 커지고 종의 양쪽 끝에 모여있는 블랙스완의 발생 가능성 역시 커진다. 하지만 현실은 더 심각하다. 편의상 블랙스완을 정규분포그래프 위에 표기를 하긴 했지만 사실 블랙스완은 정규분포 위에 표시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바로 블랙스완이기 때문이다. 예상했다면 그것은 이미 블랙스완이 아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엘로이 딤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이란, 일어날 이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나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는 말을 많이 듣지만, 이 예상이 충분히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기적으로 돈을 잃는 도박사였던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어느 날 아버지는 경주마가 한 마리만 출전하는 경마에 대해 듣고 배팅을 했다. 그 경주마는 트랙을 절반쯤 돌더니 갑자기 담장을 넘어 달아났다. 세상일이란 기대보다 안 좋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란 어쩌면 과거에 우리가 본 것 중에서 최악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2007년에 많은 사람들이 최악이라고 예상했던 상황이 예상을 초월하지 않았던가.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블랙스완의 대표적인 예다. 누구도 21세기에 전염병 때문에 미국이 셧다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블랙스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정규분포상 가장 끝에 위치하는 상황말이다. 바로 '자본의 영구적 손실'이다. 자본의 영구적 손실이라 하면 쉽게 말해 투자원금의 손실이다. 마이너스 50%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상황이 바로 복구가능성이 사라져 버린 자본의 영구적 손실이다. 사실 '팬데믹'이라는 사건과 '자본의 영구적인 손실'은 인과관계가 있는 사건처럼 보이고 따라서 같은 정규분포 그래프 위에 각각 표시를 하는 것이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팬데믹 같은 크래쉬 상황'과 '자본의 영구적 손실'은 인과적인 관계가 아니다. 크래쉬 상황에서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자본의 영구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 조건은 이미 말했다. 그것은 '하락한 주식을 팔아버리는 결정'이다. 정리하자면 막스가 말하는 리스크는 '자본의 영구적 손실'이며, 그것은 공포로 가격이 많이 하락했을 때 팔아 버림으로써 발생한다. 즉 투자자에게 재앙은 판데믹이 아니라 팬데믹 때 주식을 팔아서 장부상 손실을 확정손실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비를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대비를 하기 위해선 리스크를 인식해야 한다.


리스크 인식

막스와 오크트리, 내가 아는 모든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영구 손실에 대한 가능성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리스크를 인식해야 한다. 리스크를 인식하기 위해선 우선 리스크가 생기는 주요 원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리스크가 생기는 원인은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믿음'때문이다.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높은 가격에도 주식을 매수한다. 높은 가격은 낮은 수익률과 높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한 행동을 하고 리스크가 태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리스크를 간과해서 특정 자산에 너무 큰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는 않았나?' 여기서 핵심 단어는 '너무 비싼 가격'이다. 높은 리스크는 비싼 가격을 반드시 동반한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가격이 비쌀 때 피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의 주된 원인이다. 비싼 가격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리스크를 인식할 수 있다.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착각은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가장 위험한 원인 중 하나이며, 거품을 발생 시지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놓친 기회의 리스크에 대해 집착하도록 만든다.
이 모든 것은 투자자들이 너무 믿기만 하고 걱정은 안 한 나머지,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수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즉 자신들이 리스크가 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걱정과 걱정의 벗인 불신, 회의주의와 위험 회피는 안전함 금융제도를 위해 꼭 필요한 구성요소이다.
'시금석' 2009년 11월 10일 메모


리스크 제어

그렇다면 우리를 리스크를 피해 도망 다녀야 할까? 그렇지 않다. 투자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리스크를 현명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할 일은 리스크 제어다. 리스크를 제어한다는 것은 낮은 리스크로 중간 정도의 수익을 올리거나, 중간 정도의 리스크로 고수익을 올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핏, 린치 같은 훌륭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지만 그 뒤에는 리스크 관리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수익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잘 다루었다.

리스크 제어와 리스크 회피 간의 중요한 차이가 있다. 리스크 제어는 손실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반면 리스크 회피는 수익마저도 회피하게 될 수 있다.
확신하건대 오크트리는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는다. 다만 시기와 사례와 가격이 적절할 때만 리스크를 환영한다. 우리는 모든 리스크를 쉽게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무위험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단순한 리스크 회피가 아니라, 지능적 리스크 관리다. 이를 위해 오크트리는 날마다 노력하고 있다.
'리스크' 2006년 1월 19일 메모

하지만 강세장에서 리스크를 제어하겠다며 현금을 마련하는 행동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보상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보상을 영영 못 받을 수도 있다. 리스크는 잘 숨어 있으며 보이지 않는 블랙스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스크는 블랙스완 같은 부정적인 상황과 충돌했을 때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진에 대비하지 않고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상황, 즉 지진이 일어나야 손실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내진설계의 부재'와 '지진발생'이 동시에 발생해야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건물들은 지진 발생 시 붕괴의 원인이 되는 건축적 결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는 지신이 발생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투자에 대입하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매입하고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와야 리스크가 터지는 것이다. 이것은 팬데믹이 일어나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버핏의 말처럼 물이 빠져야만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리스크는 숨어있다. 이런 이유로 리스크 대비는 등한시된다.

블랙스완이 발생하지 않는 다면 내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했던 현금확보 같은 행동은 아무런 의미도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어쩌면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옳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그래도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황은 언제든 쉽게 불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호황은 없다. 투자에 있어서 확실한 것은 별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투자는 사이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호황과 불황, 탐욕과 공포의 반복이 바로 사이클이다. 그리고 이 '사이클 이론'이 '리스크'에 이은 막스 투자철학의 다른 한축이다. 사이클 이론에 대해서는 이 책에도 나오지만 '투자와 마켓사이클 법칙'이란 책의 후기로 작성한 글이 있으니 이글에선 다루지 않겠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말이 리스크를 피해 다니라는 말은 아니다. 막스가 추구하는 것은 동일한 리스크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는 동일한 수익을 더 적은 리스크로 달성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명보험을 예로 보자. 보험사는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그럼에도 보험을 판매한다. 가령 80세에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자의 보험료를 70세에 죽을 것으로 가정하고 보험료를 책정한다면 보험사들은 리스크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는 셈이다. 여기서 10년의 차이가 바로 가치투자자들이 말하는 안전마진이다. 우리는 안전 마진을 설정함으로써 리스크를 수용해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장기적인 투자 성공으로 가는 길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 제어에 있다.

https://youtu.be/2TBCw16J4Xo?si=HVKKGfzdshPXPF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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