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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무엇이 경쟁자를 막아주는가?

펫도시 '경제적 해자'

by 어투독
훌륭한 기업은 주위에 깊은 해자를 두른 견고한 성과 같다. - 버핏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어떤 기업이 오랫동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이다. 중요한 점은 '오랫동안'이다. 오랫동안 수익을 내려면 경쟁자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자를 막아주는 것은 워런 버핏이 '경제적 해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모닝스타의 수석 전략가였던 팻 도시가 워런 버핏의 개념을 체계화한 '경제적 해자'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해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중세 성을 둘러싼 깊은 물로 채워진 해자처럼, 경제적 해자는 기업이 경쟁자들로부터 자신의 수익성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의미한다. 단순히 일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자금력과 순발력을 갖춘 새로운 진입자들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구조적 경쟁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자를 가진 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해자로 착각하기 쉬운 것들

많은 투자자들이 진짜 해자가 아닌 것들을 해자로 착각한다. 뛰어난 제품은 분명 단기적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사례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다른 브랜드로 옮겨갈 수 있다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높은 시장점유율도 마찬가지다. 코닥, IBM, 넷스케이프, GM 등은 모두 한때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점유율을 어떻게 달성했는지였다. 운영 효율성은 쉽게 모방 가능하다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아니다. 독점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근거하지 않는 한, 경쟁사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효율성은 일시적 일 뿐이다. 우수한 경영진에 대한 믿음도 위험하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걸출한 능력으로 유명한 경영자가 경제성이 나쁜 것으로 유명한 회사를 경영하면 결국 회사의 나쁜 명성만 그대로 남을 뿐"이다. 기업이 속한 산업을 바꾸는 것과 경영진이 바뀌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쉬운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는 조금 더 근본적인 경쟁우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금력과 순발력을 갖춘 시규진입자들이 그 회사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이 회사의 가격 결정권을 만들까?


진짜 해자의 네 가지 유형

무형자산의 힘

브랜드, 특허, 라이선스 같은 무형자산은 강력한 해자가 될 수 있다. 티파니에서 13,900달러에 파는 것을 블루나일에서 8,948달러에 판다는 사실은 브랜드의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펩시보다, 벤츠가 BMW보다 더 비싸지 않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가 항상 가격 결정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허는 머크나 3M, 일라이 릴리처럼 다양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 때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된다. 법적 라이선스는 무디스의 신용평가나 쓰레기 처리업체처럼 가격 규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강력한 해자가 된다.


전환비용의 덫

고객이 A사 제품에서 B사 제품으로 바꿀 때 얻는 이익보다 바꾸는 비용이 더 클 때 전환비용이 발생한다. 인튜이트가 자본이익률 30%를 넘기는 이유는 퀵북스와 터보택스 사용자들에게 다른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오라클, 의료기기 회사들도 같은 원리로 고객을 붙잡아 둔다.


네트워크 효과

서비스의 가치가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수에 따라 결정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강력한 해자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많을수록 카드의 가치가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MS 워드나 이베이의 가치가 커진다. 한국의 카카오톡이나 당근마켓도 같은 원리다. 카카오톡보다 나은 기능을 가진 톡어플이 생긴다고 해도 나 혼자 사용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효과다.


규모의 경제

규모의 경제를 간단하게 말하면 많이 생산함으로써 원가를 낮추는 것을 이점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정비가 높은 업종이 유리할 것이다. 택배나 자동차 제조업은 고정비가 크다.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장 하나에서 자동차 1000대를 생산하든 1100대를 생산하든 공장유지비는 비슷할 것이다. 반면에 법률회사는 변동비가 크다. 매출을 올리려면 더 많은 법률가가 필요하다. 1000명의 법률가를 고용하고 있는 법률 회사는 10명의 법률가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보다 원가 우위가 있지 않다.

유통회사나 제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경제적 해자의 원천으로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것이 제조업이나 유통업뿐만은 아니다. 고정비용을 넓은 판매기반으로 분산시켜 상쇄한다는 점에 집중한다면 비 제조업체들도 역시 규모의 경제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 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1억 달러의 제작비용을 들여도 많은 구독자에게 비용이 분산된다. 그러나 신규진입자가 구독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1억 달러의 제작비용을 지불하기란 쉽지 않다.


원가우위의 위력

마지막으로 해자의 요인은 원가우위다. 프로세스, 위치, 규모, 고유 자산에 기반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한 종류의 비행기만 활용해 유지관리비용을 줄이고, 허브 구조 없이 직항노선을 운영한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경쟁자의 실수나 나태함 위에 세워진 해자는 강력하지 않다. 현재 많은 저가 항공이 경쟁하고 있는 이유다.


해자의 침식과 대응

그러나 해자는 영원하지 않다. 기술 발전으로 코닥이 몰락했고, 산업 구조 변화로 시어스 같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해자가 침식되는 징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자가 힘을 잃었는지 알 수 있을까? 기술의 변화로 해자가 사라질 수 있다. 카메라 시장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바람에 코닥은 해자를 잃었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원인이 된다. 타깃,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의 부상은 시어스 같은 소비자제품 기업들의 경제성을 영구적으로 악화시켰다. 가격을 올려왔던 기업이 고객들에게 가격 압력을 받기 시작하면, 그것도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 책이 권하는 투자 전략은 단순 명료하다. 첫째, 여러 해 동안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자 보유 기업을 찾는다. 둘째, 그 기업의 주식이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한다.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의 말처럼 보유 중에 신경을 꺼도 되는 주식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강력한 해자를 가진 기업이라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는 신경을 덜 써도 될 것이다. 투자할 만한 기업을 발견했다면 질문해 보라. "시규진입자들이 그 회사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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