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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거시경제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피터 나바로

by 어투독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언뜻 보면 기업에 관한 책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영역인 거시경제에 관한 책으로, 기후, 뉴스, 정치, 경제 같은 거시경제의 변화들에서 단서를 포착해 투자에 연결시키는 투자법을 제시한다. 책의 조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추세에 역행하지 마라'이다. 상승인지 하락인지 횡보인지 추세만 안다면 거기에 몸을 맡기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 케빈 머로니의 말처럼 허리케인이 불면 칠면조도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렇다면 추세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기서 거시경제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거시경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 때 거기에 대한 시장 참가자의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뭄이 지속되던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원두가 풍년이 될 것이고 그러면 원두값이 떨어질 것이다. 싸진 원두값은 스타벅스의 원가에 영향을 미쳐 실적을 좋게 만든다. 그러면 주가도 올라갈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다. 브라질에 내린 비라는 거시 변화에 따른 연쇄효과와 그에 따라 스타벅스 주식을 사는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거시경제 변화의 요인

그런데 시장 참여자라고 할 때는 꼭 투자자만을 말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이라던지, 정책 당국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도 어떤 거시경제 변화를 보고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나 중앙은행(연준)이 시장에 개입을 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거시경제 변화보다는 연준이나 정부의 행동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 물가 지수가 높게 나왔다면 이는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신호 또는 변화이다. 인플레이션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변화이다. 그래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제압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시장 참여자들은 이런 연준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포지션을 결정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조달비용이 올라갈 것이고 경기는 하락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러면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 가격을 올라간다. 거시경제 변화의 흐름을 쉽게 요약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높은 소비자 물가 지수를 봤을 때 앞에서 본 중간의 과정들을 빠르게 떠올리고 바로 주식을 숏하고 채권을 롱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투자자들이 거시 경제에 대해서 잘 안다면 시장 참가자들의 합리적 기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그러므로 인해서 투자에서 유리해진다. 시장을 거대한 체스판으로 보고 몇 수 앞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거시경제를 알아야 된다는 이유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 예상하기

다른 예도 보자.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급증했더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추적해볼 수 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것이고,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기업이 해고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해고가 늘었다는 것은 기업이 힘들 다는 것이고 기업이 힘든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경기가 침체의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신호이다. 이제 체스판을 보고 몇 수 앞을 예상해 보자. 실업자가 늘어 자면 노동자들은 소비할 돈이 줄어든다. 그들은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들이 소비를 줄이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다. 이익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를 줄일 것이고, 비용을 줄일 것이다. 이것은 다시 해고를 늘리고 실업자를 만들게 된다. 역시 경기 침체로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시경제 투자자는 경기침체에 유리한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야 한다. 자동차, 내구제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경기 민감주 주식을 팔고 생필품 같은 경기 방어주를 살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주식을 팔아버리고 채권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좀 더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주식을 공매도하고 채권을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능숙한 거시 경제 투자자는 이런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

대만에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제품을 쓰는 애플이나 델 같은 회사도 좋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한국의 삼성이나 하이닉스는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거시 경제 투자자는 대반에 지진이 발생하면 한국 반도체 주식을 사는 것이다. 중동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1차적으로는 에너지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석유회사의 주식이 올라갈 수도 있다. 더 나아가면 국방 관련 주식들이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일종의 공식처럼 작용한다. '대만지진 = 한국반도체 상승' 이런 식이다. '생산자물가지수 급등 = 비용상승 인플레이션 = 경기 침체 = 금리 인상 = 주식 숏, 채권 롱'. 책은 이런 공식과 공식을 적용하는 방법들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거시 경제 공식은 만능인가?

예를 들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상승한다면 이는 분명 임금인플레이션의 징조이다. 이럴 때 연준은 금리를 올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공식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경제가 호황일 때 이런 임금상승을 봤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올릴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경제가 불황이라면 이런 임금상승을 봤다면 이를 묵인할 것이다. 불황기에 금리 인상은 경제에 유리하게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자는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스타일의 투자를 지향하지 않는다. '왜 거시 경제를 보지 않는 가?'라고 묻는다면 우선 첫 번째, 거시 경제는 예측하기 어렵다. 쉬운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자에게는 어렵다. 두 번째, 예측한다고 해도 금방 다른 거시경제 문제가 튀어나온다. 저자는 거시경제를 보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에 따른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심리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는 예측하기 어렵다. 피터린치는 재정 적자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낼 때쯤 그들은 재정흑자를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앞서 거시경제를 보지 않는 이유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는 것은 무엇일까? 미시경제, 즉 사업이다.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미시경제는 우리가 하는 사업이고, 거시경제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변수다" 아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효율 적이다. 멍거의 말을 하나 더 덧 붙이겠다. "우리는 해류를 예측하지 않는다. 누가 해류를 거슬러 헤엄칠 수 있을지 예측한다" 거시경제를 예측하기보다는 어떠한 거시 경제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타자에게는 그다지 효용성 있는 책은 아니지만 거시 경제를 보고 민감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을 지향하는 투자자에게 교본 같은 책이다. 자신이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재정적자, 무역적자, 달러 강세, 달러 약세 같은 대외적인 거시 경제와 연준과 정부의 정책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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