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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다모다란 교수의 '내러티브 앤 넘버스'

by 어투독

중학생 즈음이 되면 우리는 흔히 말하는 문과와 이과로 나뉘게 된다. 문과, 이과를 나누는 학교를 가지 않더라도 생각하는 방식에서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그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인 스토리텔러와 숫자를 말하는 넘버크런처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이 두 부족 중 하나에 속해서 잘하는 분야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쪽에 집중하다 보면 논리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스토리에만 집중을 하면 그 스토리를 뒷받침할 근거인 숫자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숫자만 나열할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숫자는 어렵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숫자에 스토리를 붙였을 때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숫자와 스토리를 결합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사실은 본인이 투자자이건, 경영자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책은 스토리텔러와 넘버크런처 두 분야를 모두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스토리텔러에게는 숫자를 다루는 방법을, 넘버크런처에겐 스토리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스토리

저자인 다모다란 교수는 스스로 뼛속까지 넘버크런처였다고 말한다. 그렇다 보다 스토리를 입히지 못한 투자 판단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해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뒤늦게 공부했다고 말한다.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숫자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숫자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사람들이 숫자를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스토리는 이런 숫자의 단점은 보완해 준다. 매력적인 스토리는 청자로 하여금 사소한 숫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텔러의 결론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만든다. 스티브 잡스의 가장 손꼽히는 능력은 스토리 텔링이다. 일반적인 책상과 서류철을 예로든 프레젠테이션에서 잡스는 컴퓨터를 누구라도 쉽게 옮길 수 있는 책상 위의 서류처럼 묘사했다. 이런 잡스에 스토리텔링에 빠진 고객들은 기꺼이 아이맥과 아이폰을 구매했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의 장점을 사기꾼이 활용한다면 대규모 사기가 발생한다. 사기꾼은 대게 훌륭한 스토리 텔러다. 엘레자베스 홈즈는 전통적인 검사 방식보다 훨씬 소량의 혈액으로 검사를 할 수 있는 나노테이너라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나노테이너 하나면 기존에 사용하는 혈액용기 여러 개를 대체할 수 있었다. 개다가 검사비용도 저렴해 빈곤층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터였다.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스토리다. 이렇게 좋은 스토리와 홈즈라는 선교적인 영웅을 앞에 두고 딴지를 걸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딴지를 걸어야 한다. 어떻게 스토리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숫자

스토리는 사람을 취하게 만들 수 있다. 스토리에 취했을 때 보통의 경우라면 아이폰을 충동구매하는 정도로 그치겠지만, 심한 경우라는 큰돈을 사기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토리를 들을때 숫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스토리텔러가 공상의 세계를 제안하고 있을 때 그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숫자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 나노테이너를 입증할만한 데이터가 있나요?"라고 질문을 했더라면 그렇게 쉽게 사기에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숫자라고 편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숫자에 끌리는 이유는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객관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표본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숫자에도 편견이 개입시킬 수 있다. 게다가 숫자를 속이기로 작정했다면 우리는 쉽게 파악하기도 힘들다. 우리는 숫자와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텔러가 의도적으로 편견을 집어넣지 않아도 숫자로 인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무언가를 측정한다고 해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온계로 몸에 열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지만 치료는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숫자를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숫자가 상식을 몰아낼 수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정확하게 그런 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이른바 VaR이라고 불리는 위험 측정 도구를 개발했다. VaR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잃을 수 있는 최대 손실 예상치를 추정한 금액을 말한다. 은행들은 VaR이 안전선 내에서만 통제되면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런 결론은 전혀 근거가 없음이 드러났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위험을 현미경을 들여다 봄으로써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내러티브 앤 넘버스

내러티브와 넘버를 잘 결합해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자 중에 그것을 가장 잘한 사례가 바로 제프 베조스다.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스토리는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추구하고, 이익을 희생하는 대신 전적으로 매출 성장을 추구하는 혁신 기업으로서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핵심 스토리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계속 재투자하면서 고객 만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 이익을 추구하면 되었다. 베조스는 이런 스토리를 일관되게 유지했고 창사 이후 거의 20년이 흐른 2015년에도 이익률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런 단점쯤은 기꺼이 용납하겠다는 태도였다. 베조스가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아마존 스토리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내러티브를 잘 활용한 기업의 다른 사례는 바로 우버이다. 우버와 리프트는 둘 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차량 공유 사업자로 저자본집약적이었다. 또 둘 다 운전자는 독립적으로 8:2의 수익 배분 구조였다. 하지만 우버는 리프트와는 다른 큰 내러티브를 제시했다. 자신들의 시장을 차량공유사업에만 한한 것이 아니라 우버이츠, 우버 카고, 우버 러시 등으로 계속해서 내러티브를 확장시켰다. 이런 시장 확장은 위험이 동반하기 때문에 장단이 있다. 실패할 수 있지만 성공하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은 큰 내러티브를 좋아한다. 우버가 이런 큰 내러티브를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관심은 리프트보다는 우버에 집중되었고 우버는 더 높은 시장가치로 상장될 수 있었다.


내러티브와 넘버스 둘 다 잘 다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우선 본인이 어떤 부족에 속하는지 파악을 한 다음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이 책을 활용하는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자로 예를 들어보면, 기업에 대한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취향에 맞고, 스토리를 가치에 연결하는 데 능숙하고 결과가 잘못되어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투자자라면 신생 기업에 투자하거나 상장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숫자 분석이 구미에 맞고 엄격한 투자 규칙을 따르는 것이 좋은 사람은 성숙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내러티브와 넘버가 10:0인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숫자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터득한 후 8:2 정도의 비율만 가져가더라도 이 책은 값을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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