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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l 18. 2020

낯간지럽지만 취미는 독서입니다.

리딩 누크  

어느 날 시집을 보며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어머 너 책 읽니?” 물론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으나 긍정적인 뉘앙스도 아니었다.


책을 읽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나도 어릴 때에는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책을 읽는다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아니, 낯이 뜨겁다고 해야 할까? 모두들 쿨하고자 하는 사회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쿨하지 못하고 트렌드에 뒤쳐지고 인 싸이더들의 그룹에 들어갈 수 없는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대변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도 안다. 유튜브에 책에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그것도 재빠르게 업데이트되고, 단순화하여 요약해서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사실 나도 가끔 그런 프로그램들을 본다.


하지만 유튜브에 멋진 강사들이 나와서는 책을 소개하지만 몇 날 며칠 걸려 읽을 책들을 십분 십오 분 안에 요약해서 머릿속에 넣는다는 것이 내 것이 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릴 때 여름방학 숙제로 꼭 있는 독후감을 마치 팔월 말 개학 전 벼락치기로 하기위해 요약본을 읽는 느낌이랄까?


나는 책 읽는 것이 좋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배움, 세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그리고 나를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독서로 이끌어 왔다.


요즘은 다양한 모임을 통해 혹은 강연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삶에 대한 방식이나 교훈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강연에서 그리고 모임에서는 정제된 것들을 배우지만 책에서는 주인공들의 깊숙한 모습과 속된 표현을 빌자면 비굴하고 찌질한 모습까지도 거침없이 표현된다. 때론 어떤 책을 읽게 되면 너무나도 리얼한 심리 묘 사덕에 작가를 의심하게 될 정도니까.


사람과 그들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라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을 법도 한데 책을 선택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있었던 것 같다. 고백을 하자면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고 싶지 않은 용감하지 못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들을 제외하고라도 나는 책이 좋다. 어릴 적

여름방학마다 할머니 댁 다락에 올라가 뒤적뒤적 읽었던


아빠의 그리고 고모 삼촌들의 책

누렇게 바랜 책들 그리고 오래된 책 냄새

어쩌면 단순히 어릴 적의 책에 대한 그리고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서 오늘도 책을 읽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창문을 활짝 열고 싱그러운 여름의 산들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그것이 쿨하지 못하게 느껴지든 말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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