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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Aug 01. 2020

영어는 왜 배우시려고요?


집을 지을 때 나 자신이 그랬던 것보다는 좀 더 깊은 생각을 하면서 짓는 것이 좋을 성싶다. 가령 문이나 창문 그리고 지하실이나 다락방이 인간성의 어디에 바탕을 둔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일시적인 필요성이라는 이유보다 더 좋은 이유를 발견하기 전에는 건물을 아예 짓지 않기로 한다면 어떨까?”  월든 중에서


연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영어책은 뭐가 좋아?”

“영어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

“우리 아이 영유(영어 유치원) 보낼까, 아니면 좀 두고 봤다가 유학 보낼까?”


나는 먼저 왜? 영어를 하려고 하는지 묻는다.


“영어를 잘해서 뭐하시려고요? 저 같은 사람 밥벌이하게 도와주세요. 뭘 그렇게 열심히 하시려고요.”라고 우스개 소리를 해 본다.


그럼 막상 이에 대한 답변은 얼버무린다.


‘어... 그냥 여행 가서 기죽지 않으려고’

‘음 요즘 애들 다 영어 하잖아. 우리 애도 해야지’

‘취업하려고요. 토익 900은 넘겨야죠’


대부분은 영어를 취미생활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취미생활로 하자고 본인을 다스리면서도 성급해진다. 게다가 피아노는 혹은 운동을 통한 몸매 가꾸기는 일이 년 안에 완벽하게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영어는 일이 년이면 가능한 줄 안다. 피아노나 운동은 포기가 되는데 영어는 왜 유독 포기가 안될까?


피아노나 운동은 목표의식이 있다. 그리고 시간을 길게 잡는다.


‘건강을 위해서.’

‘멋진 몸매를 위해서’

‘80킬로 그램을 만들 거야’

‘캐논 변주곡 하나는 칠 거야’


하지만 영어는 아니다.

‘남들도 하잖아’

‘외국 가서 창피하잖아’

‘영어로 원서 읽음 멋져 보이잖아’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진지한 목표와 이유의 부재가 보인다. 소로우가 호숫가에 정말 작디작은 집을 지으면서도 그랬던 것처럼, 의자를 놓으면서도 누구를 위한 의자인지를 생각했던 것처럼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습니까?”


그리고 그 답을 같이 찾고, 방법을 찾아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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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보다 영어를 조금 일찍 시작하여, 대학 대학원에서 영어문학과 영어교육을 공부했다. 엄마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미국에 있는 대학을 보내겠다고 모두에게 선언 아닌 선언을 하셨지만 중간에 사정이 여의치 않아진다. 지금은 십 년 넘게 영어를 써야 하는 분야에 근무하고 있으며, 매일같이 영어로 남편과 아이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 환경에 있다. 행사홍보업무를 맡으며 국제행사 회의 유치 등을 해 왔다. 최근에는 두 개 언어를 정말 ‘흡수’하는 아들을 보며 영어 교육에 관한 경험을 나눠 보고자 생각한다. 아무 글이나 쓰는 게 좋아 영어 주제에서 자주 벗어나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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