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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Apr 19. 2022

오해를 푸는 것도 때가 있는 법

습할 때면 화장실에 양초를 켠다.


오늘도 왠지 모를 나만의 습함이 느껴 저 양초를 켰다.

우리 집엔 흡연자가 없어 보라색 라이터를 아이손이 닿을까 주방 맨 윗면에 둔다. 정리정돈과 물건의 원위치 능력에 매우 취약함을 보이는 나는 라이터로 초를 켰고 그 라이터는 내 트레이닝 바지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양초는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바로 껐지만 역시나 라이터는 호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친구와 노는 사이 이리저리 마당을 어슬렁 거리 다무언가가 떨어졌다. 뭐지? 하는 사이 발견한 것은


라. 이. 터.


아이 친구 엄마가 바로 앞에 있었지만 뭐 별거라고 하면서 주워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넣는 순간 아차 싶다.


말을 할까?

내가 흡연자가 아니라 양초를 켠 거라고?


뭐 어때. 나만 아니면 되지.


난 그냥 아무 말 안 하기로 결정한다. 남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더니 묻는다.


그래서 얘기했어?  


아니. 안 했지. 뭐 담배 피운다고 생각하겠어? 생각하면 어때 뭐 내가 흡연자도 아닌데. 그리고 담배 피우는 게 어때서.


그렇지. 그런데 네가 고민하는 것보단 얘길 하는 게 낫지. 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문자를 보낼까?


아니야 오버야.


결국 나중에 만나면 해프닝이 있었다 얘기할 참이다. 그런데 언제  그런 얘길 나눌  있을까? 그냥 바로 얘기할걸. 오해를 푸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인데. 난 그간 얼마나 많은 때를 놓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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