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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n 25. 2020

책이 안 읽히는 이유

그래 나뿐만이 아닐꺼야.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같이 대학원 수업을 듣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같이 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책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만나지 못했던 몇 년간 그간 무슨 책을 읽었는지 서로 얘기해보던 차였다.


나    : 그래, 그간 무슨 책을 읽었는데?

지인 : 안나 까레니나요. 그런데 읽히지 않아서 끝낼 수가 없었어요.

          음. 그건 아직 자기가 행복해서 그래.

          안나 까레니나에 나오는 첫 구절 기억나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고. 


아차 싶었다. 그래 공감할 수 없어서. 경험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간 읽지 못했던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들은 다 술술 읽고 흔한 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라고 하는 책들.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그러한 책들


나에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랬다. 다행히, 수차례의 도전 끝에 몇 년 전 완독은 마쳤다. 

돈키호테도 완독을 못했다. 이뿐이랴 정말 수없이 많다. 

정말 어이가 없었던 경우는 똑같은 책을 두권이나 산 적도 있었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말이다. 바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돈키호테는 길어서 그렇다지만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는?

고등학교, 대학 다닐 때 어디 어디 권장도서로 나오는 그러한 책들

궁금했다. 모두들 다 이해하고 있는지.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내용을 다 알고 있는지

중간에 읽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래 요즘 독해력이 딸리나? 인터넷이나 TV 때문에 영상에만 의존하면 난독증이 온다는데, 그런가?


그런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감정이입이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소설 속에 그대로 나를 투영할 수 없을 때, 혹은 소설 속의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이해하지 못할 때

그렇지 않은가?

금융권에 있는 베프들이 파생상품이 어떻고, 공모주 청약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을 멍하니 듣고

버디니, 이글이니, 머리를 올렸다느니 친구들이 하는 골프 얘기에는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딴생각을 하는 수밖에.  


책을 읽을 때도  


필체가 어려워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이해능력이 떨어져서, 너무 길어서, 지루해서 

남들은 다 잘 읽는데 내가 읽지 못하는 이유

아마도 그것은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혹은

내가 아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아니면 안나 까레니나에 나오는 말을 인용해 본다면, 

읽기 쉬운 책은 고만고만한 이유로 읽기 쉽지만 

절대 읽히지 않고 이해가 안 되는 책은 다 각기 다른 이유로 읽기가 어려운 것일까...? 


그런데,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

책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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