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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n 16. 2020

(딴 길로 새기2)발레에 정착하게 된 이유

운동 노매드

                                                                                                                                    Image Pixabay

난 20살이 넘어서 운동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간 수영, 헬스, 요가, 스킨스쿠버, 서핑, 필라테스, 살사.. 안 해본 것이 없는 듯한데 지금은 발레에 잠시 몇 년간 정착 중이다. 물론 코로나로 잠시 휴식기로 집안에 발레바를 들여다 놓았다.

운동 책 많이도 사봤다.


첫 번째 운동은 요가였다. 당시 원정혜 교수가 요가강사로 한창 주가를 달리던 때요, 그 후 최윤영, 옥주현 등 많은 셀럽들이 요가 비디오와 책을 낼 정도로 요가는 지속적인 인기세를 얻었다. 나는 요가학원도 가끔 가고 원정혜의 힐링요가라는 책을 처음으로 꽤나 많은 자세를 혼자 습득했다.

 



두 번째,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살사가 무척 궁금했다. 직장인이 되었겠다, 싱글라이프를 최대치로 즐겁고 신나게 즐기고 싶어 선택한 살사는 사실 두 번이나 나갔을까. 아직은 어린 나이에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 자체가 생각만큼 쉽지 않아 바로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세 번째, 필라테스를 다니게 되는데 잦은 야근으로 곧 포기하게 된다. 당시 야근이 끝나면 2시까지 맥주 마시고 집에 가는 일이 허다하여 나는 몸무게 최대치를 찍었고 얼마 몸무게 정점에서 결혼하게 된다. 나처럼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드레스 사이즈를 늘리는 신부는 처음이라 했다. 결국 미국에서 직구한 2부 드레스를 늘리는 수선까지 하게 된다... 정말 흑역사다.


결혼 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 앞에 있는 발레를 시작한다. 뭐 얼마나 가겠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발레는 올 8년이다. 정말 꾸준히도 했다. 아기 낳기 일주일 전까지 했으면 말 다하지 않았나? 발레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1. 음악이 좋다.

클래식 음악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발레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 없다.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2. 무념무상 자아도취.

온전히 내가 최고다. 요가가 수행과 고행의 시간이라면 발레는 내가 최고라는 주술을 걸 수 있는 시간이다.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기에 땀범벅에 화장이 다 지워져도 (상상 속의) 아름다운 내 모습을 포기하지 않는다.


3. 자세가 좋아지고 근육이 예쁘게 자리 잡는다. 

남들이 보아서 눈에 띌 만큼 자세가 곧아지고(좀 시간이 걸린다) 근육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가늘고 길게 생긴다.

주3회 꼬박꼬박 나갔던 때

4. 목표의식이 생긴다.

지루하고 쳇바퀴도는 삶에 목표를 제시한다. 사실 가늘고 길~게 발레를 하는 게 내 목표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조금씩 목표가 생긴다. 턴 한 바퀴면 턴 두 바퀴, 스플릿(다리 찢기)은 앞으로, 옆으로..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거울을 보며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고 자괴감도 들지만 살아오며 또 다른 목표가 생기는 게 재밌고 신난다. 짜릿하다.


5.  장비병.. 옷이 예쁘다.

처음엔 얼마나 할지 몰라 기본 레오타드만 구입했은데 장비병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예쁜 레오타드를 산다. 사고 또 열심히 하다가 또다시 매너리즘에 또 빠진다. 그럼 또 산다. 무한 반복이다.

내가 가진 레오타드 일부....한때 옷보다 더 사들였다.

하지만 발레에 내가 정착하게 된 다섯 가지 이유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아름다운 내 모습 찾기.


살다 보면 내가 아름다운지를 잊게 된다. 나의 자아도 잊게 된다. 나는 어디 소속에 누구인지. 아내인지. 딸인지. 엄마인지. 그러나 발레를 하면 온전한 내 모습이 된다. 음악에 맞춰 가장 아름다운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게 실제가 아니어도 좋다. 나의 모습에 심취하며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니까.


사실 발레 댄서들은 정말 피나는 고통을 겪는다. 중력을 무시하고, 턴 아웃이라는 비정상인 것을 정상인 듯 선보이고, 포인트 슈에 온전히 몸을 맡긴다. 그래서 더 빠져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 그 이상의 어찌 보면 정말 비정상적인 노력만이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기에 발레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유목민인 나는 발레라는 오아시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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