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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n 11. 2020

(딴길로 새기1) 산딸기

남들에겐 쉬워 보이는 삶, 결코 만만치 않은 녀석

집 앞 마트에 갔다. 아이스크림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위해 흔히 말하는 하드(나이가 나오는 건 가?)를 사러 간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산딸기였다.


마트에 산딸기를 팔다니.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간 재래시장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밥그릇에 소복이 산딸기나 앵두 그리고 사투리로 파리똥이라 불리는 보리수를 파는 노점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음에 사실 속으로는 지천에 깔린 게 산딸기인데 별걸 다 파시네. 나도 가서 딸 수 있는 걸! 이란 가당치 않은 자신감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맘때 즈음 할머니 댁 뒷동산에 오르면 산딸기가 그야말로 지천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산딸기가 그리 쉬 수확이라는 단어를 허락하는 열매가 아니었다.

사진출처 pixabay

실제 산딸기는 산딸기 모양과 비슷하나 조금 더 쉽게 딸 수 있는 뱀딸기와는 달리 가시가 있고, 간혹 산등성이 비탈길 덩굴에 꽁꽁 둘러 쌓여 있던 것이다.


매년 이맘때쯤 뒷동산에 오르며, 그래 오늘은 기필코 너를 몇 개 따먹겠다는 생각은 곧 산딸기 덩굴과 마주치며 포기하게 된다. 이를 악물고 그래 니까짓 것 내가 몇 개 못 따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오기를 부려보아 봤자 오목한 손바닥을 다 못 채우는 것이다.


삶이란 것도 마치 산딸기기 같기도 하다. 막상 겪어보기 전엔 너무나 쉽게 보여도 내가 막상 성취하려 하면 그 기회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너도 나도 쓰는 글, 너도 나도 내는 그 책이라는 그거 막상 내가 쓰려면 한 문장 한 문장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고

너도 나도 있는 집. 그것도 내가 사려면 허리띠를 졸라메 뱃가죽이 등에 붙어야 하나 살 수 있을지


결국은 삶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져있고 남들은 다 고만고만하게 잘 살고 쉬워 보이나, 내가 막상 고만고만하게 살아보려 하면 그렇게 어려울 수 없는 게 삶인 것이다.


덩굴에 숨어있는 게다가 가시까지 가지고 있는 산 딸기를, 그 행복이란 녀석을, 그 결실이라는 열매를 우리는 쉬이 보고 호기롭게 쟁취하려고 하지만 실은 그리 쉽지 않았던 것이지 않을까?


덩굴 속에서 나를 비웃었을 산딸기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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