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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n 06. 2022

백구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하리는 2010년 우리 시골 할아버지 댁에 왔다. 아기 백구였던 하리는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다. 털이 하얘서 지어진 이름 하리는 시골 강아지들이 다 그렇듯이 하리의 새끼도 그리고 이후에 온 까미(나만 부르는 이름)도 모두 하리가 되었다.


아기였던 하리를 겨울밤 방에까지 데려오셔서 예쁨을 주셨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질투를 느낄 만큼 하리는 사랑을 독차지했다.


할아버지는 농사일을 마치시곤 항상 하리에게 인사하셨다. “우리 하리~? 잘 놀았어?” 햇볕에 그을린 얼굴로 웃으며 하리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리고 할아버지를 반기는 하리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외국인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손녀딸이 시골에 데려왔다. 집 지키는 강아지가 맞나 할 정도로 꼬리를 흔드는 폼이 우리 식구다 싶어서 남편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첫 만남에 백점을 맞아버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머지않은 차이로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동병상련일까. 두 분을 잃은 나도 그리고 하리도 쓸쓸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하리는 남편과 그리고 우리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리듯 항상 그렇게 우리를 반겼고 우리 꼬마는 모든 강아지를 보고 하리라 불렀다.


금요일은 단오 우리 할머니 제사였다. 하리가 심상치 않다며 작은 아빠는 다음에 오면 하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너무 슬퍼 말라하셨다. 이미 한번 하리가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어서 우리는 한 일이 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배가 나온 하리를 보니 마음이 아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제사상을 준비하는 우리 가족들을 보며 작은 아빠는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하리 목줄을 풀어줬어. 그러곤 아기에게 얘기하듯 하리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멋진 하리. 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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