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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n 30. 2022

장마 그리고 우리의 10주년 결혼기념일

“넌 내가 숨 쉬는 것조차 싫어했지.”

남편이 나와 결혼 10주년 외식 중에 웃으며 꺼낸 말이다.

“그거 기억나? 네가 비가 오면 장화를 신고 식장에 들어가자고 했잖아. 근데  네가 주문한 게 내 발에 작아서 또 그렇게 화를 냈던 거.”


생각해보니 10년이 아니라 남편과 10분도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결혼식 당일 예민하던 나였다.




10년 전 오늘 우리는 결혼했다.

정확히 하자면 결혼식을 했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했다.

이름하야 야외 결혼식


결혼식장이 아닌 외곽의 갤러리 카페에서 결혼식을 한 것이다. 덜컥 예약을 해 놓고 엄마한테는 식장이 좁아서 내가 사는 곳과 멀어서 주차할 곳이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넌 정말 엄마 말을 안 들어.”를 수 없이 들었다.


내가 결혼한 2012년은 최악의 가뭄이라 연일 방송에서 보도가 되던 때였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언제나 적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전날까지 논바닥이 갈라지고 아스팔트 아지랑이를 보고 제발 제발 내일은 비가  오기를 목놓아 울었지만 결혼식 당일 폭우가 쏟아졌다.


정말 단비라며 이런 날 결혼하면 정말 축복이라며 모두들 나를 그렇게 위로했지만 그 누구도 나의 기분을 풀 수 없었다. 다행히 초와 꽃장식으로 실내를 꾸며준 대행사 덕분에 안심하고 식장에선 웃을 수 있었다.


당시엔 파격적으로 늦은 오후 예식을 하고 저녁을 먹고 늦은 밤까지 파티를 한 우리는 원래 갤러리 2층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묵기로 했으나 정비가 되지 않아 2차를 하고 호텔에 가기로 했고 그마저도 친구들이 다 술에 취해 내가 드레스를 입고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당일 나는 남편이 꼬깃꼬깃 나를 위해 써준 시를 읽으며 감동했는데 그 쪽지를 잃어버리고 말아 아쉬웠다.


오늘 결혼기념일

우리 남편은 언제나의 기념일(생일 크리스마스 )처럼 똑같은 곳에 가서 똑같은 아이템을 사서 나에게 건넸고 결혼  습득한 ‘ 이럴  알았다.  여기서  이걸 샀냐.라는 말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 어머!!!! 너는 어쩜 이렇게 스윗한지.  남편으로 가진  럭키걸!’ 이라는 반응 건넸다. 그리고 남편은 카드를 찾지 못했다며 노트에  편지룰 건넸다.


바빠서 10주년 기념사진 찍기로 한 날짜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고 누구들처럼 명품 선물이 오가는 부부도 아니지만 매년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에 비가 올까 안 올까 내기하며 소박하게 살고 싶다.

근데 남편! 진짜 첫 만남에서 나랑 결혼할 줄 알았다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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