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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Oct 04. 2022

ASMR 자연의 소리


그때 그 시절 내 동생은 유료전화에 빠졌었다. 초등학생 내 동생은 전화를 들어 허구한 날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버튼을 눌러 그 꼬마는 듣고 싶은 자연의 소리를 선택했다


오늘은 오랑우탄

내일은 새소리


나는 옆에서 혀를 끌끌 찼고 엄마는 동생을 야단치셨다. 하지만 동생이 전화를 끊은 것은 조금 지나서였을 것이다. 전화비가 너무나 많이 나오고는 코가 빠지도록 혼난 후.


그때는 전화비가 핸드폰 요금보다도 훨씬 부담이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하물며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자연의 소리라는 그 전화는 어린 내 동생에게 지금의 ASMR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미미인형의 집인가 하는 그 유료전화를 해보긴 했다.)


유튜브 ASMR 전성시대


하지만 쭉 거슬러 올라가면 ASMR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비단 나와 내 동생의 어린 시절을 되 돌이켜 보면 ASMR이라는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중 하나가 아기들을 재우는데 필요한 세탁기 소리인 것처럼.


주택으로 이사 온 후 나는 음악을 듣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항상 나를 music person이라 부르는 남편의 말처럼 난 음악을 좋아해서 아침에는 클래식 라디오를 저녁에는 배철수를 즐겨 듣곤 했다. 하지만 이사 온 후부터는 웬만하면 음악을 혹은 라디오를 틀지 않는다. 산속에서 그리고 우리 집 잔디에서 나는 ASMR을 들을 수 있다.



봄부터 시작된 개구리 소리

아침을 맞이하는 산비둘기 등 여러 가지 새소리

여러 가지 화음을 넣는 풀벌레 소리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의 경쾌한 소리

추워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귀뚜라미 소리

우리 동네 보디가드 집집마다 있는 개 짖는 소리

하물며 한참을 새벽마다 휘익 휘익 귀를 아리게 한 호랑지빠귀 소리까지


그야말로 자연의 소리 ASMR이다.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소리 덕에 음악이 필요 없다. 어쩌면 진짜 내 주변의 자연의 소리가 ASMR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자연이 들려주는 ASMR로 잠을 청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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