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문제였다.
아니 내 몸이 문제였다.
아니다 옷이 문제였다.
여하튼 둘 다 문제였다.
핑크돼지 한 마리
전혀 상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나의 모습은 흡사 분홍색돼지와 같았다.
핑크색타이즈
검은색 레오타드
검은색 털 니트
검은색 반바지
그리고 핑크색 발레슈즈
근육을 잘 쓰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는 웬만하면 레오타드를 입고 타이즈를 신는 게 좋아요.
아닌 게 아니라 타이즈를 신고 레오타드를 입으니 몸을 움직일 때 힘을 줘야 할 곳 그리고 그렇지 않아야 할 곳들이 보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만 그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레오타드는 수영복을 물속이 아닌 거리에서 입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에는 취미발레 인구가 많이 늘어 레오타드 브랜드도 훨씬 많아졌다. 그렇기에 첫날부터 세련된 착장을 하고 오는 이들이 있지만 라떼는~~~ 발레를 시작하면 거의가 블랙 앤 핑크였단 말이다. 거기다 수영복같이 생긴 검은색 레오타드를 그냥 맨 정신으로 입을 수 없기에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 바로 털니트 되시겠다.
어쨌거나 나는 그 굴욕적인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게다가 이보다 더 한 것은 내 사이즈가 라지였다는 것. 물론 레오타드는 상체길이에 따라 사이즈가 나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한 게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몸은 군살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체가 짧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를 입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렇기에 나는 군말 없이 선생님께서 시켜주시는 대로 그렇게 라지사이즈를 입게 되었다.
보통 연예인들이 초기보다 예뻐진 경우를 카메라마사지를 받았다고들 하는데 발레도 마찬가지다. 운동하며 선이 다듬어지는 것도 있지만 여러 가지 발레복을 입어보며 본인의 장단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발레학원의 미러마사지를 받으며 나의 눈에 내 모습이 익숙 해 질 그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눈이 점점 높아지며 취미인들이라면 거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던 장비병이 시작되었다.
사진 : 2015년 카페지오 쇼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