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기억력 선택적 말듣기
초등학교에 입학 한 아들은
도대체 귀가 있는지 없는지
나의 말을 대부분 귓등으로 흘러 보낸다.
천사처럼 고분고분
응! 하던 시기는 아주 오래전이고
꽤 오래전부터는
아니!! 싫어!!
가끔은 싫은데~내가 왜~를 어디서 배웠는지
노래를 부른다.
아이가 말을 잘 듣는 게 이상한 거라는
나의 어느 정도 지론이 있기에
일단 성장과정이라 믿고
대부분 그렇게 이해한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개학하고 칫솔을 갈아주고
물컵을 주었는데
물때는 안 꼈을지
칫솔은 제대로 씻었는지
집에 가져오라 여러 차례 말했으나
대답은 응!
현실은 응?
어제는 학교 가는 길에
얘기했다.
오늘은 까먹지 마.
오늘 가져오면
네가 좋아하는 탱탱볼 뽑기 (문구점 앞에 있는 그런 뽑기) 하러 갈 거야.
진짜? 몇 번?
다섯 번
동전 있어?
(찰찰찰 소리를 내며 보여준다)
자 여기 봐 열 번도 할 수 있다.
남편은 거든다.
네가 안 가져오면
엄마의 크레이지타임 10분이 페널티
(나의 크레이지 타임은 아들이 너무 귀여워 꼭 안아주고 장난치는 것-내심 안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도)
회사에서 또 야근이었다.
남편에게 늦는다며 연락했다.
그런데 키위 탱탱볼 할 수 있겠어?
그럼 탱탱볼 할 수 있다.
그리고 no crazy time!
해피해?
우리 아들은
리워드로만 움직이는구먼!
남편은
그래도 움직이는 게 어디야라 대답한다.
그래 그렇지
지금 시간 7시 10분
곧 일어나서 선택적 기억력을 가진 아들은
보채겠지
탱탱볼 뽑기 하러 가자!!!!
그런데 칫솔과 치약의 상태를 보니
이도 혹시나 했더니 거의 안닦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