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적 내 일기는 보지 말라며
열쇠까지 채웠건만
아빠 일기장은 떡하니 책장에 꽂아놓고
읽는 내 모습은 뭔가 염치가 없다.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
삼십 대 중반인 아빠의 일기장엔
아빠이야기
남편이야기
장남이야기
가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생이 문방구에서 지금까지 2천 원이나 재수 보기(뽑기)를 했는데 지금까지 캔디 두 개를 뽑았다며
스트레스 해소용이면 다행인데 자기 절제력을 잃으면 안 된다는 재밌는 이야기 (동생은 다행히 자제력이 강한편이다 )
딸들을 업고 아파트에 걸어 올라가는 행복한 아빠의 시
아파트를 분양받아 너무 기쁘다는 이야기
회사 이야기.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이야기
삼촌들 증조할머니 걱정
정치인, 사회 이야기
간혹 아파트 분양일정
영어교육 스크랩도 나온다
딸들 밖에 모르던
아빠의 일기를 읽으면
아빠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다.
예전엔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 없이는 열어보지 못했던 아빠 일기장을 이제는 세월이 약이라며 눈물 없이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그때
초등학생, 다 큰 나와 내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00,00 나의 아가들아,
오늘은 아빠가 없어 말 벗이 되지 못하는구나 라는 구절에서는 눈물이 난다.
그나저나 밤늦게
이렇게 끄적이는 내 모습이
오랜만이나
낯설지 않은 건
나도 아빠 딸이라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