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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Nov 12. 2020

직장생활과 테트리스

                                                   image wikipedia

나는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니나 테트리스를 유독 좋아했다. 해외출장이 잦아 출장 갈 때면 비행기 안에서 영화도 안 보고 테트리스를 헸다. 간혹 동료 혹은 상사분들이 오셔서 “리딩누크씨, 뭘 그렇게 인상 쓰고 열심히 하나 했는데 고작 테트리스야?” 하곤 하셨다.


 “테트리스가 어때서요?”


계속해서 떨어지는 블록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으며 한 줄씩 한 줄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상쾌하다. 게다가 잘 풀리는 날에는 내 이름을 상위권에 올려놓기도 하고 그다음 게임을 하고 그전에 내 등수 이상의 결과를 내기도 하니 이 얼마나 짜릿한가.


테트리스를 할 때면 레벨 1에서는 블록이 천천히 떨어지고, 성격 급한 나는 얼른 레벨 2로 가기 위해  빠른 버튼은 누른다. 그럴 때면 이미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다음 블록을 어디에 놓을지 그다음에는 뭐가 나와야 빨리 줄이 없어질지를 생각할 수도 있다. 간혹 블록이 쌓여있더라도 다음번에는 한꺼번에 깰 수 있으니, 안심한다. 가끔은 장난도 친다 마구 그냥 쌓아놓고서는 그걸 클리어해 보기도 한다.


허나 레벨이 점점 높아지면 느긋했던 나의 손과 눈과 머리는 점점 빨라지고, 켜켜이 쌓이는 블록들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디에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그다음은 어떤 블록이 나오는지 볼 시간도 없고  결국 나중에는 뭔가 해보려 하지만

화면에는 곧 듬성듬성 구멍이 난 블록으로 가득 찬다.


회사일도 마찬가지다. 쉬운 과제가 주어지고 시간적 여유가 많으면 빨리 해내고 쉬기도 하고 가끔은 한두 개 미뤄뒀다가 그까짓 것 한꺼번에 처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량이 커질수록 그리고 그 일에서 숙달되면 또 다른 속도로 또 다른 업무가 나타난다. 이제는 두세 줄(업무)을 해결하기는커녕 하나라도 얼른 해치우자 하지만, 결국 빠른 손 빠른 눈 그리고 빠른 머리 회전 그 삼박자가 맞아야만 레벨업이 되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 업무가 너무 많은 나를 보고 누군가가 괜찮냐고 물어보자 나는 아니요. 테트리스 하는 기분이에요. 레벨 한 팔정도? 라 답했다.


지금도 테트리스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레벨 6 정도를 달리고 있지만, 이를 성공시키면 휴식이 아니라 일 더하기 일은 일이라고 곧 레벨 7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집중하고 침착하면 테트리스처럼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더 노력하면 나를 넘어선 또 다른 나의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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