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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May 23. 2021

금요일 밤 맥주와 오징어

음식의 유혹하나 견디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

나는 분명 살을 빼기 위해 책을 읽다 말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운동을 했다. 읽던 책이 너무 재미있고 나처럼 어리석은 자도 어쩜 쏙쏙 이해가게 써놔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 아니면 운동을 하고 읽어? 하던 차에 자 살은 그래도 빼야 한다는 생각으로 땀을 빼며 운동했다.


그리고선 먹다만 버터오징어를 밤이니 안 먹고 나중에 먹어야겠다는 요량으로 남편에게 지퍼백 좀 가져다줘했다. 지퍼백을 받자마자 무섭게 나 맥주랑 마요네즈 좀 하는 나를 발견했다.


마요네즈를 받아 지퍼백에 넣은 버터오징어를 다시 꺼내먹는 나를 발견한다. 원래 술도 잘 안 하는데 ‘그래 오징어 일 년에 한 번이나 먹는데 뭐 오징어는 맥주랑 먹는 거 아니겠어?’ 나를 위안했다.


거실에서 게임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맥주랑 오징어를 들고는 침대가 아닌 침대 옆에 앉아 책 읽으려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편한 침대도 있고 하다못해 화장대 의자도 있는데 왜 굳이 부스러기 떨어진 거 치우기 싫어 왜 나는 이렇게 사는 걸까?


더 재밌는 것은 나는 바로 어제 틱낫한의 “먹 기명상”을 읽고 ‘마음의 허함과 허기를 착각하지 말 것이며,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감사히 여기고 음식을 먹을 때는 내 몸뿐 아니라 우주에 도움이 되는지를 볼지어다’라는 나만의 깨달음을 얻고, 마음 수련하며 온 힘을 다해 감사하며 좋은 음식을 먹어야지 라는 마음도 찰나일 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내가 싫어져 먹다만 버터오징어와 맥주를 버린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똑똑하다 볼 순 없더라도 머릿속에 글들은 꾸역꾸역 집어넣어왔는데 이리도 모자랄까. 자기 계발서와 심리학 책 명상 별의별 것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어쩜 이럴까.


음식의 유혹하나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여. 건강한 음식과 나쁜 음식의 구별은 하지만 좋은 음식만을 취식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여.


경제전망이 불가능한 이유는 사람들의 행동은 질서가 없고 분명 이 상황이면 이렇게 인지하고 이런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예측 밖 이기 때문이라는데 나야말로 그 집단에 떡하니 속하는 인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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