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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May 23. 2021

올 것이 왔구나 새치

비껴가도 좋으련만

어릴 적 기억에 엄마 아빠 새치를 뽑으면 하나에 십원씩 용돈을 받은 기억이 있다. 새치도 몇 개 없어~ 뽑을 것도 없어~아쉬워할 정도로  철없던 나였다. 언제부턴가는 뽑지 말라는 부모님이 야속했으니까.


그러던 내가 성인이 되어 새치를 딱 하나 발견한 건 아주 중대한 사건이었다. 딩크를 생각하던 나에게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머리에 하나 생긴 새치를 보고선 “어머, 나도 이제 정말 늙나 보다 하며, 아기가 유치원 갔는데 엄마가 백발이면 어쩌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아이도 낳고 몇 년이 흐르고 다행히도 새치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두 번 몇 가닥을 잘랐는데 올해는 자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뽑아도 보고 잘라도 봤지만 고새 머리를 내미는 새치는 이제 잘랐다가는 머리 한 구석이 휑해 보일 수 있을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뒤통수와 정수리에도 간혹 보이는 새치로 인해 이마에 주름만 더 늘고 있었다. 그리고 꼭 그렇게 잘 보이는 곳에만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직장동료들과 새치 얘기를 하는데 나보다 어린 직원들이 이미 일명 새치염색을 하고 다닌 건 놀라웠다. 요즘은 20대에도 새치가 있다던데. 그런데 또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어떤 분들은 염색을 안 한다니 이 또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노화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똑같이 나이가 드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다른 속도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새치는 비켜갈 수 없었지만 내 마음만은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음이 늙었는지는 얘기하기 전 까진 알 수 없는 것.


끝까지 젊어 보이려는 굳은 의지로 흰머리를 새치라 하고 있잖아.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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