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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Sep 28. 2021

저물어간다. 나의 자가격리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자칭 집순이지만 사회활동(아니 굳이 표현을 제대로 하자면 돈벌기 위한 노동)에는 꽤나 열심이었던 나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했다. 일인용 조리실은 좁았고 그리 갇혀본 적이 없어 꽤나 답답해 했었던 차였다. 몇일이 지나지 않아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깊은 심호흡도 해보고, 너무나 더워서 그런가하는 생각으로 문도 열어보고, 시원한 물도 마셔봤지만 누군가가 나의 코를 막고 있는 것처럼 공기 중의 산소농도를 계속해서 낮춰놓는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결국 남편에게 이야기 하고 병원에서 진정제를 맞고서야 잠이들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한 방안에서 있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물론 당시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업무상 타 지역에서 온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나는 근 열흘간을 집 안방에서 자가격리를 하게되었다.


자가격리 첫 날 pc를 안방에 설치하여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워커홀릭이라 오해(?)받는 나에게 직장동료들은 회사못나와서 어떻게해? 니 성격에? 란 반응과 이왕 그런김에 좀 쉬는 기회를 갖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재택근무는 했지만 아이와 남편과 독립된 생활로 처음엔 사실은 조금 신났다. 이리저리 계획도 세우고 아 그래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좀 읽어보자. 악기연습 좀 하고~


좋은 것도 잠시

밤이 되면 매일 같이 악몽을 꾸었다.

내가 만나온 거의 모든 사람을 몇일 간 만난것 같다.

내가 안좋아하는 장르인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으로 가득찬 꿈이 주를 이루었다.


게다가 잊고 지냈던 산후조리원에서의 숨막히는 공포가 나를 엄습해 왔다. 내가 참 그때 그랬었지. 또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어쩌지? 상상만으로도 숨이 차올랐다.


가족을 안아보면 좋으련만

이런 나를 안아달아 할 수도

나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게다가 혹시 몰라 회사도 유치원도 못가는 남편과 아이에게 몇일 되지도 않아 나 힘들어라고 칭얼거릴 수 도 없었다.


만약에 혹시라도 만약에 내가

확진이 된다면이라는 생각도 떨쳐낼 수 없었다.


코로나전과 달리 전혀 일상적이지 않던

마스크를 쓰고 미탕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공원에 가고 하던 위드코로나 일상


마스크로 유치원 입학식에서 친구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나 안쓰러웠는데

그마저도 소중했던 일상처럼 그리워졌다.


오늘은 뉴질랜드와 호주의 트레블버블로 이산가족 상봉하듯 만나는 가족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한숨과 눈물이 날뻔 했다. 정말 언제쯤이나 외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언제쯤이나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얼굴을 부벼대며 꺄르르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인지.


나의 자가격리가 끝나는 것 처럼

저물어 간다 위드코로나시대

라는 신문의 헤드라인이 미치도록 보고싶다.


그런 날이 온다면 마스크를 손에 들고

마치 해방되던  처럼 밖을 뛰어 다닐텐데.

2021.4월 글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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