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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Dec 21. 2021

심부름시키는 사람은 선생님이 예뻐하시는 거라고

예뻐서 일을 더 주는 거 아니에요

초등학교 때

심부름을 도맡아 하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선생님은 나를 예뻐하시는 거라고.

남들이 그랬다.

나를 예뻐해서 심부름을 시키시는 거라고.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줄곧 일이 등을 했었는데.

선생님이 “예뻐”하셨는데.

어느날 나에게 물어보셨다.

“리딩 누크는 일 학기 부반장을 할래, 이학기 반장을 할래?”

나는 망설임 없이 이학기 반장을 한다고 했다. 이학기 반장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이사를 왔지만 왜 일 학기 반장을 하면 안 되나요?라고 여쭤보지를 못했다. 지금 같으면 가능했을까?


직장 생활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이직또한 서너 번 했다.

이직을 하면서도 나에겐 긴 휴식이 주어지지 않았다.

곧장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야 했다.

그때마다 나에겐 일이 몰렸다.

그리고 옆에선 얘기했다.

상사가 “예뻐한다”라고


직장생활 십 년이 넘었지만

나는 초등학교때 선생님께 하지못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왜 일 학기 반장은 안 되나요? 선생님은 절 예뻐하시잖아요. 저는 걔보다 공부도 잘하잖아요. 저는 심부름도 많이 하잖아요.” 왜 안 여쭤봤을까.


나는 직장생활 십 년 하고서야  나의 상사들에게 묻는다. 그것도 속으로만.

“왜 승진을 안 시켜주셨나요? 왜 월급을 더 주지 않으신 건가요? 상사님은 절 예뻐하시잖아요. 제가 예뻐서 일을 더 주신 거 아닌가요? 제가 걔보다 더 일을 많이 했잖아요. 성과도 더 냈잖아요.”


이제야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예뻐서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고

업무를 잘한대서 승진을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심부름을 시키며 예뻐만 하는 그런 상사는 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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