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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Dec 04. 2021

밤손님

누구의 소행이더냐.

"야채 과일 껍데기는 땅에 묻어서 거름으로 사용하고, 뼈나 고기는 절대 밖에 버리면 안 돼요. 00가 와요"

"00"가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이...


어젯밤 남편과 TV를 보고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잠을 청했다. 갑자기 "끼익~"소리가 났다.

그래서 내가 잘 못 들었나 하고 다시 잠에 들려는 순간 또다시 "끼익~"하는 소리.

남편을 깨워 "내려가 봐 뭔가가 있는 것 같아" 하고는 같이 불을 켜고

CCTV를 보고 "아무것도 없는데 뭐"라는 남편


나는 "그래? 그렇겠지?" 하니, 남편은 "응, 아마 바람 불어서 그런가? 아까 낮에 과수원에서 뭔가 작업하는 거 같던데 스틸 같은 게 바람에 넘어졌나?" 한다. "그래, 알았어" 하며 잠을 잤다.

오늘 아침 남편은

"이제 알았어. 어제 우리 집에 동물이 왔다 간 거 같아. 내가 쓰레기봉투에서 냄새가 나 데크에 놔뒀거든? 자 이거 좀 봐봐."

하는데 쓰레기봉투가 날카롭게 찢겨 있었다. 쓰레기봉투에 뼈가 담겼던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더 큰 불안감에 쌓였다. 이게 내가 제일 싫어하는 mouse의 소행인지(나도 참 원어민이 아닌 게 느껴지는 게 ㅈ보다 mouse는 감정이 덜 산다) 누구의 소행인건지가 궁금해졌다.


"야채 과일 껍데기는 땅에 묻어서 거름으로 사용하고, 뼈나 고기는 절대 밖에 버리면 안 돼요. 00가 와요"

전주 인분이 말씀하신 00가

mouse였는지

고양이였는지

끼익 하는 소리가 컸던 걸로 봐서 혹시 멧돼지였는지...?

나는 그날을 곱씹어 보았다.

"혹시 mouse 있나요?"

"mouse는 잘 못 봤어요."

산에 둘러싸인 동네라 또 물었다.

"혹시 멧돼지도 있나요?"

그 이후에 생각이 안 난다.


하지만 그냥 마음 편히 굶주린 고양이일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CCTV를 돌려볼까 하다가 괜히 예상치 못하게 너구리나, 정말 멧돼지였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돌려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예상치 못한 밤손님의 방문에

별별 상상을 다 하며,

끼익~끼익~하는 게 큰 짐승일 거란 생각도 들지만

그냥

고양이도 끼익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다만 누군가의 말은 정말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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