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다른 너와 나의 소울푸드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어릴 적엔 해외출장 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캐리어 한 가득 한식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김치, 김, 햇반, 라면, 누룽지, 심할 때는 깻잎장아찌와 같은 밑반찬도 가지고 갔다.
감사히도 나에게 요청을 따로 하진 않으셔서 내가 준비할 거라곤 컵라면 몇 개 정도였지만
몇몇 상사분들은 며칠 한식을 안 드시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마냥 한식을 들고 가는 것을 무슨 큰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중시 혹은 신성시했으니까 말이다.
타국 생활이 십 년 넘은 내 남편 또한 상사분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결혼초까지만 해도 우리 집 식구들한테 잘 보이려고 했던 건지 본인은 김치를 좋아하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감자탕이네 뭐네 하더니
요즘은 또 한국음식이 입에 맞을 만도 한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간혹 가다 엄마가 해줬던 애플파이, 비프 파이를 입에 달곤 하니까..
그리곤 남편은 몸이 안 좋으면 영락없이 그의 소울푸드인 닭고기 수프를 찾는다.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지난 연말 우리 가족은 혹독한 감기를 치렀다.
그야말로 혹독한 감기.
집에만 있었던 우리는 병원 가기 전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까지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아이의 감기가 남편에게 전파되자 남편은 기어이 닭고기 수프를 만들겠다고 나에게 전했다.
요즘 몸이 허해 소고기를 구워 먹을 요량으로 소고기를 달랑달랑 들고 온 나를 보고
해맑은 미소로 닭고기 수프를 먹으라는 남편
나는 못마땅 하지만 한 그릇 떠다 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치킨스톡의 조미료 맛
내 입맛엔 영 아니었지만 자기가 만든 것 중의 베스트라는데 아픈 사람을 앞에 놓고 토를 달 순 없었다.
응 맛있네~! 하고 한숟가락 떠먹었더니 준비한걸 제대로 안 먹어서 인지 다시는 밥을 안 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안 먹으려면 놔두라 내일 점심으로 먹겠다고 하는 남편에게 나는 얘기한다
"옛다 여기 있다 니 영혼의 닭고기 수프"
삼계탕보다 맛도 없고 전복죽보다 영양가도 없어 보이는 치킨 수프이지만
남편에겐 고국의 맛이 생각나는 그런 음식인가 보다.
나의 직장상사들이 포기할 수 없었던 고국 냄새가 나는 그런 맛
한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그의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소울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