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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an 04. 2022

옛다 여기 있다 네 영혼의 닭고기 수프

너무나도 다른 너와 나의 소울푸드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어릴 적엔 해외출장 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캐리어 한 가득 한식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김치, 김, 햇반, 라면, 누룽지, 심할 때는 깻잎장아찌와 같은 밑반찬도 가지고 갔다.

감사히도 나에게 요청을 따로 하진 않으셔서 내가 준비할 거라곤 컵라면 몇 개 정도였지만

몇몇 상사분들은 며칠 한식을 안 드시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마냥 한식을 들고 가는 것을 무슨 큰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중시 혹은 신성시했으니까 말이다.


타국 생활이 십 년 넘은 내 남편 또한 상사분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결혼초까지만 해도 우리 집 식구들한테 잘 보이려고 했던 건지 본인은 김치를 좋아하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감자탕이네 뭐네 하더니

요즘은 또 한국음식이 입에 맞을 만도 한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간혹 가다 엄마가 해줬던 애플파이, 비프 파이를 입에 달곤 하니까..

남편님께 대령한 비프파이와 애플파이 비주얼이 내가 요리를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곤 남편은 몸이 안 좋으면 영락없이 그의 소울푸드인 닭고기 수프를 찾는다.

 영혼의 닭고기 수프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지난 연말 우리 가족은 혹독한 감기를 치렀다.

그야말로 혹독한 감기.

집에만 있었던 우리는 병원 가기 전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까지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아이의 감기가 남편에게 전파되자 남편은 기어이 닭고기 수프를 만들겠다고 나에게 전했다.


요즘 몸이 허해 소고기를 구워 먹을 요량으로 소고기를 달랑달랑 들고 온 나를 보고

해맑은 미소로 닭고기 수프를 먹으라는 남편

나는 못마땅 하지만 한 그릇 떠다 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치킨스톡의 조미료 맛  

내 입맛엔 영 아니었지만 자기가 만든 것 중의 베스트라는데 아픈 사람을 앞에 놓고 토를 달 순 없었다.

응 맛있네~! 하고 한숟가락  떠먹었더니 준비한걸 제대로 안 먹어서 인지 다시는 밥을 안 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안 먹으려면 놔두라 내일 점심으로 먹겠다고 하는 남편에게 나는 얘기한다

"옛다 여기 있다 니 영혼의 닭고기 수프"


삼계탕보다 맛도 없고 전복죽보다 영양가도 없어 보이는 치킨 수프이지만

남편에겐 고국의 맛이 생각나는 그런 음식인가 보다.

나의 직장상사들이 포기할 수 없었던 고국 냄새가 나는 그런 맛

한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그의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소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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