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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Dec 15. 2021

산타는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통하는 마법의 단어 산타

어느 날 남편이 뉴질랜드에 있는 누나와 전화 통화를 하다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말도 안 돼!

딴짓을 하고 있던 나는

왜? 무슨 일인데?

물었더니 조카의 친구가 조카에게 산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건 없다고 얘기했다는 것이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초등학생인데 뭐 어차피 알게 될 건데.


기억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 나는 이미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양말을 걸어놓으며 엄마 아빠께 들리도록 “산타 할아버지!!!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000을 받고 싶어요!!!”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남편은 크리스마스 즈음만 되면 마치 산타를 일 년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크리스마스 때면 남반구인 시댁에 가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도 말이다.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가 알고 있었던 크리스마스와 너무나도 달랐다. B.B.B. 정말 바비큐 비치 어가 너무도  맞는 크리스마스. 한국처럼 시어머니는 가족들과 파티할 음식인 샐러드, 피그인  블랭킷(소시지 미니파이), 칠면조, ,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시그니처 케이크인 초콜릿 케이크 혹은 캐럿 케이크까지   없이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남편과 가족들은 그즈음이면 밤낮   없이 먹고 마시고 온갖 잡다한 얘기들을 나누며 그렇게 보냈다. 그리곤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모두가 모여 크리스마스 선물을 풀어봤다. 아들은    가지고  장난감을  아름 선물로 받았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크리스마스의 활기는  모습이 차츰 옅어지곤 했다.



전원주택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맞는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르고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우리는 12월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올해에는 태양광으로 빛을 내는 야외용 전구로 집 밖을 꾸며보기도 했다.


남편은 아이를 위해 ‘어드벤트 캘린더(크리스마스날까지 카운팅 하는 달력)’를 아이에게 사주자 했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캘린더를 찾으며 오늘은 몇 번째 초콜릿을 먹냐 묻는 아이의 행복함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은 순수함 그 자체이다.  

아이는 이미 혹독한 12월을 견디고 있기도 하다. 말썽만 피우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주 시구 던지고 가실 거야. “Dont be naughty! You will get a lump of coal from Santa!”라는 소리를 듣는데 그 후엔 착한 아이가 내 앞에 꼼짝 않고 서있으니까 이만한 마법이 없다. 남편에게 작년에는 “이제 크리스마스 지나면 어떡하려 그래.” 그러기도 했다니 할 말 다 했다.

남편은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시아버지가 어떤 노래를 즐겨 들었는지, 어느 해에는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를 나에게 들려주곤 했다. 올 해에는 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우리 아이 선물은 트램펄린으로 하고 싶어. 내가 어렸을 때 어느 날은 선물로 트램펄린을 받았는데 아빠가 은행원이었잖아. 생각해 봐 연말이고 한데 얼마나 큰 파티를 했겠어. 술이 진뜩 취해서 집에 와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트램펄린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겠어? 그러고 나서 우리 아빠는 크리스마스날 선물 전달식후에는 쿨쿨 잠을 잤다지 뭐야. 우리도 이번에 트램펄린을 사는 거야. 우린 어디에 그럼 숨겨놓지? 내 친구를 불러서 아이가 자는 동안에 만들면 좀 나을까?”


안타깝게도 조카는 산타의 존재를 이제는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남편이 이 정도인데 이쯤이면 산타가 있는 게 아닐까?


다만 선물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행복한 기억을 되뇌게 하고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영혼을 갖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니까.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간절함 또한 우리 또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우리가 받는 선물이다. 올해도 호락호락한 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산타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이미 누군가의 마음엔 이미 산타가 자리 잡은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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