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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Feb 04. 2022

조기교육이 한국에만 있다구요?

아닐걸요 

태어난 지 한 달 남편은 터미타임을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 갓난아인데 머리둘레도 날 닮아 상위권이라 무거울 텐데 안쓰럽다.


태어난 지 삼 개월이 지나고 남편은 뒤집기를 시킨다.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우쭈우쭈 기는 연습을 시킨다. 


조금 지나자 또 아이가 점프를 해야 하는데 점프가 조금 늦는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한다.  


나는 ENTJ 성격 급한 여자. 집에서 한시도 가만히 못 앉아 있는다.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남편 MBTI도 관심 없는 항상 여유로워 보이는 뉴질랜드 남자. 내가 보기에 조금 답답하지만 그래도 본인일은 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이 남자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상당히 신경이 곤두서 있다. 

남편이 학교 수업을 준비할 때 상당히 철저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워낙에 인생을 느긋하게 여유 부리는 사람이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캘린더를 가지고 아이의 성장과정을 테스트하는 느낌이다. 


이뿐이 아니다. 

숫자를 가르치더니 

알파벳을 가르친다.

우리 아이가 천재인 거 같다며 숫자를 벌써 10까지 셀 수 있다고 하며 

나에게 발달 그래프를 보여준다.


"봐, 숫자 세기는 00개월에 해야 하는 건데 우리 아이는 00개월인데도 하고 있잖아. 진짜 장하지?"

하며 아빠미소를 짓는다. 


알파벳은 아주 오래전에 아이와 떼더니 읽기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산타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며 아이를 꼬신다. 

그리고는 나에게 얘기한다.

"한글도 가르쳐야 하지 않아?" 나를 쪼기 시작한다. 


아... 이 남자 우리 아이는 두 개 국어는 절로 하니 중국어나 스페인어 중에 하나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그러더니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 남자 조기교육 찬양자다.


아이는 이제 만 네 살.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이 되었다. 물론 더 어린 나이부터 한글을 공부하고 수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나는 우리 남편이 이럴 줄은 몰랐다.


남편은 올해부터는 유치원에서 일찍 하교시켜 수학과 다양한 과목을 작심하고 가르치겠다고 나에게 알린다.  


나는 내가 워낙 어릴 때 여러 가지 조기교육을 받아와서 시큰둥한 편인데 

이 남자 뭐지? 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한국에만 있는 고유명사인 줄 알았던 조기교육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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