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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삶 Aug 04. 2024

육아 철학 세우기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키운다

나는 곧 16개월이 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다. 육아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 철학을 세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육아 관련 서적은 임신 전에 더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출산 후부터는 육아를 하다 보니 육아 책을 읽을 여유가 생기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막상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다 보니 중심을 잡고 나와 내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수많은 육아 서적들을 읽으면서 정보와 지식을 늘려 나가는 것은 오히려 나와 내 아이에게 독이 될 것 같았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를 위해 하는 것들을 다 좇아가다 보면 정작 내 육아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고, 흔히 상식적으로 알려진 육아 바이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원칙으로 세워두는 것 또한 내가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생명체와 관계를 맺어나가고 친해지는 일에 좀처럼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육아 서적은 읽지 않았고, 인터넷 검색도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 오직 나의 아이를 알아가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던 것이다. 물론 전혀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여러 정보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의 육아방식이 있다. 우리 모두는 다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되뇌며 나와 내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러한 믿음 덕분이었는지 첫아이라는 부담감과 처음 하는 육아라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수월하게 육아를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름 자유롭게 육아를 하던 중 돌이 지나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고 말을 알아듣고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할 때쯤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가 휴직 중이라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급한 일은 아니었지만 엄마의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심심해하고 자꾸 밖에 나가고 싶어 하고, 사람들과 주변 환경에 관심과 호기심을 보일 때쯤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적응시키고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다시 육아 서적을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육아를 잘하고 있는 건지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고 앞으로 어떻게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육아를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영감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있는 철학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내 육아에도 철학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과연 나는 지금 어떤 철학을 가지고 육아를 하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홍민정 작가님의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라는 책을 읽었다. 한국 엄마가 스웨덴에 잠시 머무르면서 경험한 스웨덴 부모들의 육아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국식 육아에 익숙했던 저자가 스웨덴 육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부족하게, 느리게 천천히, 내 아이의 속도에 맞게’ 육아를 해나가는 스웨덴 부모들의 육아 철학이 마음에 와닿았다. 비교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기.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고 음미하며 과정 속에서 배우는 일에 집중하기. 느리게 천천히 언제나 내 아이의 속도에 맞게 기다리기.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기.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고 자연과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생활하기. 아이의 자립심과 자율성과 호기심과 상상력을 존중해 주기. 심심함과 지루함과 결핍을 경험하게 해 주기. 많이 들어왔던 말들이지만 새롭게 와닿았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을까?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이 부분이다.


‘나는 지금까지 늘 컴퓨터 앞에서 아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여름 방학 계획을 만들어주기 위해 밤새 고민했다. 스웨덴 아이들에게 여름 방학은 못한 공부를 마저 보충하거나 다음 학기를 위한 선행 학습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새롭고 유익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지루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할 일을 찾게 된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활동에 흥미를 느끼는지 발견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 부모가 아이들의 휴식 시간까지 계획해 주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아이들 시간의 주인은 아이들이지 부모가 아니다.’


‘천재적인 철학가이자 수학자 데카르트는 “내가 바라는 것은 평온과 휴식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수학적 업적 중 최고로 꼽히는 '좌표'는 그가 가만히 누워 있다가 고안한 것이다. 몸이 허약했던 데카르트는 어느 날 병원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발견했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눈으로 쫓아다니다 보니 파리의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좌표 평면‘을 생각해 내게 되었다고 한다. 지루하고 할 일 없는 시간이 처음 주어지면 아이들은 심심해하거나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심심한 시간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뭘 해야 재미있을지 고민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된다. 여태 우리는 아이도 부모도 휴식에 너무 인색했던 건 아닐까. 마음껏 쉬자. 아이가 할 일이 없어 뒹굴뒹굴하는 모습도 봐주면서.’


아이가 심심함을 느끼지 않도록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 함께 놀아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함 혹은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터라 이 부분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생각을 달리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에게 심심함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고 자기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부모는 때로 물러나 있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그 나이에 맞게 충분한 자유를 주어야 한다. 부모는 언제나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중심은 언제나 아이이다. 아이의 삶에 있어서 중심은 늘 아이 자신이지 부모가 아닌 것이다.


접근법을 달리 해볼 필요성을 느낀다. 늘 새롭게 인식을 점검해야 함을 느낀다. 육아 철학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육아방식을 내 아이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육아를 함에 있어서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부모가 지치지 않아야 한다. 내 삶을 희생하여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추고 아이에게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가 행복한 육아가 바로 내 아이에게도 가장 좋은 육아방식임을 기억하자.


따뜻하고 밝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 잘 웃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결과를 향해 달려 나가는 삶보다는 과정을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어나가며 재미나게 즐길 줄 아는 그런 삶을 살아나가길 바란다. 목표라는 허상에만 매달리며 살기보다는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빨리라는 속도와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경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살아갈 줄 아는 그런 여유를 지닌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루하루 모든 순간 성실하게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언제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사람이길. 흔쾌히 사람들을 돕고 기쁘게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깊고 넓은 마음을 지니기를.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처럼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야 하겠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방법이기에. 부모는 언제나 노력하는 사람이어야겠다. 아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도. 부모도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성장한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지치고 피곤한 날도 많을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도 여유를 만들어 나의 육아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아이에게 꾸준한 믿음과 변함없는 사랑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먼저 행복과 사랑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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